편입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나 홀로 정체된 것만 같던 방을 떠나, 부모님이 얻어 주신 학교 뒤쪽 언덕의 자취촌으로 향했다. 항상 청춘들이 모여 이야기하고 젊음의 활기가 넘칠 거라 생각했던 대학 자취촌은, 모양 비슷한 다세대 주택들이 침묵 속에 늘어선 곳이었다. 우리 학교가 산 위에 있는데다 번화가도 없다시피 해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침이 되면, 그렇게 조용했던 자취촌 곳곳에서 한두 명씩 나와 학교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첫 등교, 전체 편입생 설명회가 끝나고 학과별로 나뉘어 한 강의실에 모였다. 20명 남짓 모인 우리를 20명 남짓 모인 우리를 남자 선배 한 명과 여자 선배 한 명이 맞이했다. 편입생은 매 학기 15학점 가까이 수강해야 하고, 타과 출신은 2학년 기초 전공도 필수로 들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곧이어 전자전기 편입생 단톡방이 만들어졌고, 다 함께 식당으로 이동해 간단한 저녁 겸 술자리를 갖기로 했다.

 

무리를 따라 걸으며 나는 망설였다. 같은 전공으로 편입했으니, 2학년 수업을 듣는 다른 동기들과 수업이 겹칠 일이 거의 없을 터였다. 게다가 가도 별다른 말을 섞지 못하고 어색하게 앉아있다 올 것이 뻔했다. 인솔하던 여자 선배에게 먼저 가보겠다고 말씀드리고 조용히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며칠 후, 단톡방에 "지금 시간 되는 사람 학식 사준다"는 톡이 올라왔다. 마침 할 일도 없던 터라 나가보니, 설명회를 진행했던 그 남자 선배가 나와 있었다. 시간이 되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우리는 어색한 정적 속에서 몇 마디 질문을 교환하며 식사를 했다. 밥을 한술 뜨고, 다시 밥을 뜨는 소리만이 식당을 채웠다.

선배는 "전공 수업 할 만해요?" 같은 의무적인 질문을 던졌고, 나도 ". 같은 과에서 편입해서... 아직은요." 같은 의례적인 대답을 했다. 밥을 먹고, "앞으로 보면 인사해요."라고 하고 헤어졌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던 방에서 벗어났으니, 편입 첫 학기만큼은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전공 다섯 과목과 필수교양 한 과목을 꽉 채워 신청하고, 밴드 동아리와 월 1회 벽화 봉사를 하는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밴드 동아리는 환영회 이후 간 공식 활동이 없었고, 벽화 봉사 동아리도 봉사가 없을 땐 주 1회 회의를 명목으로 모여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결국 대부분의 시간은 방에서 전공 공부를 하는 단조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그래도 모든 것이 새로운 자극이었다. 동아리 환영회의 들뜬 공기, 강의실을 채운 낯선 얼굴들, 수업을 옮겨갈 때마다 마주치는 수많은 인파들. 혼자 방 안에만 있던 시간과 달리, 대화 하나 없어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그것만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아파트 거실 바닥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거실 창문 너머 밤하늘로 주황색 빛 세 개가 꼬리를 달며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머리 위로 보였다. '뭐지?' 하고 의문이 들다가 별똥별이라는 걸 깨달았다.

 

거실에 있던 서너 명의 사람들이 창문으로 모여들었다. 나도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자 번째 노란 별똥별이 꼬리를 그리며 지나갔다.

 

이번엔 거실 반대편 창문에 있던 사람들이 "별똥별이다" 하고 말했다. 그쪽으로 가서 반대편 창문을 보니 구름에 가려진 흐릿한 붉은 광원 여러 개가 나풀거리며 땅 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저거 별똥별 아닌 것 같은데."

 

직후 붉은색의 흐릿한 광원은 사라지고, 땅 쪽에서 초록빛 흐릿한 광원이 올라갔다.

 

인정했다. 이번 동아리 활동은 완전히 실패이다.

 

힙합 동기 절반 정도 내심 이런 상황을 바랬다고 생각했다. 앞가림도 하는 주제에 썸이나 타려는 모습을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했을까. 그나마 편견 없이 말을 걸어주던 몇몇 신입생들이 있었던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물론 내가 잘못한 점은 없었다.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처음부터 뭉쳐지지 않는 분위기에, 나도 대부분 공식 활동만 참여하고 연습만 하고 뿐이어 깊게 얽힐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지위나 역할을 맡은 애들이 돌아가며 꾸준히 시비를 거는 게, 대학원생이 학부생 동아리에 들어왔으면 조용히 지냈어야 하는데, 성격도 만만한 주제에 그러지 않은 게 괘씸했나 보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내심 그들이 언젠가 응보를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애초에 응보라는 대체 뭔가. 사람들이 그들을 비난하고 내쫓기라도 해야 했던 걸까? 대부분은 자세한 내막도 모를뿐더러, 그럴 명분도 이유도 없다. 보복을 원했다면, 당사자인 내가 직접 했어야 했다.

 

작년 팀장이 모두 앞에서 "!"라고 소리쳤을 , 똑같이 소리쳐 되갚아 줬어야 했다. 나를 치고 사과 없이 지나가면, 자리에서 ", 사과 ?"라고 짚고 넘어가야 했다. 재숙이 험담을 시작했을 , 뭐가 불만이냐고 따졌어야 했다. 유신이 나를 안무에서 빼려 했을 , "지금 누구를 바보로 아냐" 화를 냈어야 했다. 노려보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사람들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할 망정, 걸어오는 시비라도 제대로 대응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하니 내성적인 성격과 더불어 어느새 내게 말을 거는 것조차 어색한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모임은 친해지기 위한 공간이 아닌 다른 경쟁의 장이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다. 성의 인정은 무엇보다 중요하, 알고 싶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지 뿐이다.

 

정기 공연이 끝난 동아리 마지막 , 재숙이 이번 기수 팀장에게 롤링페이퍼를 몰래 돌린 같았고, 나는 제외되어 있었다. 롤링페이퍼가 건네지는 순간, 재숙과 같이 다니던 여자 동기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단지 반응을 보고 싶은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나는 외부인에 불과했으니, 그대로 나가면 되는 거다.

 

동아리 2년차 학기, 장르를 옮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힙합 내에서 위치는 애매했다. 말을 거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연습하고 가는 전부였고, 나도 그랬지만 더는 나와 엮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는 듯했다.

 

안면은 있던 하우스 팀장에게 장르를 옮기고 싶다고 전했다. 그녀는 실력을 핑계로 거절했지만, 그게 진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전 문수가 나에게 시비 걸고 내가 주저앉았을 때, 하우스 팀장이 자리에 있었다. 아무 말도 하던 모습을 보고, 분명 내게 문제가 있거나 팀에 와서 문제를 만들 거라고 생각헀다.

 

하지만 힙합 팀에 남아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같았다. 2학기에는 기존 인원보다 많은 신입생이 힙합 팀에 들어왔다. 당장 있을 학교 축제는 신입과 기존 기수가 따로 준비해서 정기공연 전까지 마주칠 일은 적었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 만큼 팀의 분위기가 바뀔 같다고 생각했다.

 

신입이 들어온 연습 , 신입생 여자애와 뒷쪽에서 연습하며 호기심 섞인 시선이 교환되는 하자 맘에 들었는지, 동기 외국인 유학생인 재숙과 작년부터 나를 언짢게 생각하던 유신이가 갑자기 와서는 거울 보이는 데에서 연습하라며 한마디씩 거들더니 얘를 앞쪽으로 보냈다.

 

축제 공연 연습 덩치가 있는 동기 여자애가 실수로 손가락을 팔꿈치로 세게 쳤다. 당연히 아팠는데 여자는 나를 쳐다보고는 아무 없이 지나치는 것이었다. 노려봐도 자기가 그런 힘으로 상대를 쳤단 것을 납득하지 못했듯이 쳐다보기만 뿐이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애는 나한테 사과를 안 한다.

 

이런 행동들이 당연하게 나오는 , 대체 나는 그동안 어떻게 행동해온 건가?

 

며칠 , 재숙이가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나를 쳐다보다가 주변 여자애들에게 돌아가며 수군거리는 식이었다. 그동안 재숙이와는 아무런 일이 없었다. 아무 없었으니까 저러는거다. 험담하니까 자신이 우위에 있는 안다.

 

의외의 행동을 문수였다. 문수는 그런 재숙이를 제지하려는 보였다. 하하지만 단체 사진을 찍을 , 재숙은 브이 자를 손을 얼굴 쪽으로 계속 들이밀었고, 나는 손을 쳐서 내렸다. 다음 연습 , 재숙은 또 무언가 수군거렸다. 내 얘기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동아리가 끝나고 그녀를 불러 세웠는데, "? 제가 왜요..?"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안해 하는 같았다. "아니다"라고 말하고 그냥 갔다.

 

다같이 동방에 앉고 돌아가며 축제 공연 리허설을 하던 , 하우스 팀장이 지나가면서 굽이 두꺼운 신발로 등을 박았다. 실수였으나 슬쩍 쳐다보고 나인 걸 확인하자 그냥 지나가는 것이었다. 완전히 나를 우습게 여기는구나 생각했다. 내가 쏘아보자 미안한 듯한 기색에, 다음번 내가 지나갈 때는 비켜주었다.

 

축제 공연 마지막 리허설을 이틀 앞두고, 안무가를 맡은 유신이 갑자기 내가 맡은 파트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빠지라고 했다. 다른 파트에 넣어준다고 했지만, 다른 파트에 넣어주겠다 했지만, 안무와 동선이 모두 정해진 시점에서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유신은 작년부터 나를 언짢아 할지 언정 직접적으로 부딪힌 적은 없었다. 의상이 어울린다며 다른 옷을 가져다주겠다고 해놓고 잊어버리거나, 추가 연습이 필요하다며 정기 연습 시간 전에 보자고 해놓고 40, 시간 늦는 식이었다(나는 20, 40 늦게 나갔다). 그런 행동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더니 이런 식으로 나온 것이다.

 

이외였던 주하의 행동이었다. 들리지는 않았지만, 유신에게 다가가 나를 안무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닌 같다고 말하는 같았다. 유신은 나를 빼려던 아니라 맞는 파트를 찾아주려던 것뿐이라고 답했다.

 

내가 납득하지 않자, 유신은 마지막 리허설 시간 전에 따로 만나 얘기하자고 했으나, 당일에도 마땅한 대안이 없이 그저 내가 빠진다는 대답을 원할 , 함께 연습을 다시 해볼 생각은 없어 보여, 이대로 넘어가면 파트만 없어지는 뻔했다. 몇십 분간의 실랑이 끝에, 나는 " 생각이 없으면 일단 고칠 부분을 알려주고 그다음에 판단해야 아니냐"하고, 수정할 부분을 배우다가 리허설 시간이 되고 파트는 그대로 하게 됐다.

 

짜증나는 , 나한테 불만이 있는 애들은 안무가를 맡았을 모두에게 지시하는 척하면서도 나를 쳐다보면서 '뇌에 '라는 하는 것이었다. 작년 힙합 팀장이 약점이 됐다고 생각하나 보다.

 

재숙이가 험담을 다시 시작했다.멍하니 있는 나를 보고는 "잘생긴 척한다" 내뱉었다. 10년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패턴이 변하지 않는 , 원래 험담은 자기 콤플렉스를 반영한다고 한다.

 

다음 , 단체 활동 우연히 재숙이 앞에 위치하게 되자 내가 이성적으로 쳐다보기라도 것처럼 갑자기 팔로 몸을 감싸는 시늉을 했다. 기가 막혔다. 살이라도 빼고 저러든지. 내가 아무 말이 없으니까 일부러 저런 행동을 하는거다.

 

재숙뿐만이 아니었다. 여자 동기 두세 명도 내가 이성적 시선이라도 보낸 것처럼 몸을 돌리거나 슬쩍 방어 자세를 취하는 유행처럼 번진 같았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상대를 노려 보니 , 제삼자가 보기에는 내가 처음에 뭔가를 잘못했기에 동기들 사이에 고립되었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냥 이상한 사람들을 만났을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일이 이토록 반복된다면 이건 문제였다.

 

처음에는 몇몇 남자들이 연애로 이어질 법한 호감이 자신에게 향하지 않아 질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보다 잘난 사람도 많고, 실제로 연인으로 발전한 경우도 있는데 왜 나에게 저러는가. 내게 향하는 호감은 결국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었고 사귀기까지 이어진 적도 없지 않은가.

 

몇몇 여자들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나와 아무런 갈등도 없었는데, 갑자기 말을 무시하거나, 은근히 짜증내거나, 어떠한 사소한 것도 해주기 싫어하는 눈치가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유독 대상이 되는 같은 착각인가?

 

이런 일들 대부분은 언급하기도 애매한 사소한 일로 끝나지만, 문제는 그중 일부가 진심으로 내게 시비를 걸어온다는 점이다.

 

아, 나는 뭘 착각하고 있는건가. 내가 그들보다 잘난 게 아니라, 그들이 나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해서 시비를 거는 것이다.

 

학벌, , 외모, 직업, 그것도 아니면 외향적인 성격 면에서 어느 한두 가지는 나보다 나은 구석이 있으니, 남자들은 그러한 해프닝의 주인공이 자신이었어야 했고, 여자들은 나 정도의 호감은 가볍게 넘기고, 나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정작 자신에겐 관심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대시하는 나는 불안의 원천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들의 시비에 대응하지 못하면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라는 그들의 사고방식이다.

 

이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내가 겪는 일들이 설명되지 않는다. 누구도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몸을 살짝 부딪히려 하거나, 은근히 멕이는 사소한 말을 던지는 , 초반의 작은 시비들은 반응을 떠보고 무시해도 되는지 파악하는 역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성적인 데다 대부분의 사람과 깊게 어울리지 않으며, 원만하게만 지내고 싶어 웬만한 일은 그냥 넘긴 내가 최적의 대상이다. 선을 크게 넘었을 때만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계속 당하고 되돌아오는 것은 없으니 본인들은 신났겠다.

 

하지만 내가 어쩔 있는가? 나는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겹치는 일이 생기면 친해지고, 아니면 그냥 활동만 하고 와도 만족했다. 정도의 거리감이 가장 편했다.

 

아니, 단지 내성적인 성격만으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작은 시비에 그때그때 대응하지 했으니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다.

 

 

학기 중, 전문연구요원(이공계 대학원 병역) 보충역 훈련으로 3주간 훈련소에 다녀왔다. 우리 생활관(내무반) 인원은 13, 대부분 20 초반이었고 나보다 나이 많은 형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학교의 군대식 문화를 싫어했기에, 쓸데없이 트집 잡히는 없이 훈련소 3주를 원만히 마치고 싶었다.

 

생활관에서 번호가 제일 앞순번이기도 초반에 내가 먼저 나섰다. 좋게 보면 솔선수범, 나쁘게 보면 '남한테 이래라저래라'. 신발을 매뉴얼대로 정렬하라거나, 중앙 방송이 나오면 TV 무음으로 하자는 등의 사소한 것들이지만, 초반에는 이런 것들이 크게 문제가 된다. 리모컨이 처음 배부되었을 때도 내가 먼저 잡아 채널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중앙 방송이 나오면 즉시 TV 무음으로 했다. 공지된 내용에 대해 미비한 부분이 없는지 매번 확인하고, 지키지 않으면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귀찮아 해서 하지 않으면 그냥 내가 했다.

 

나흘쯤 지나자 관리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진 듯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에 형성된 분위기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성실한 사람들이 모여서였는지, 생활관에서 해야 일들을 항상 누군가가 도맡아 처리해 문제 없이 지낼 있었다.

 

한편, 초반이 지나니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싶어 하는 성향이 드러난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보고 동기가 " 형은 초반에는 그러더니…"라며 지나가는 말을 던졌다. 나중에야 말이 '내가 생각보다 별거 없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뉘앙스였다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동을 위해 여러 소대 인원들이 모였을 , 방탄모의 번호표가 떨어져 뒤에 있던 생활관 동기가 붙여주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던 같은 생활관 형도 번호표를 붙이는 시늉을 하며 방탄모를 머리를 장난처럼 치는 것이었다. 장난으로 넘기기엔 은근히 힘이 실려 기분 나빴다. 놀랐다. 형과는 별다른 마찰이 없었고, 오히려 초반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을 챙겼었기 때문이다.

 

형은 초반에 내가 뭐라도 것처럼 행동했던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렇게 해소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깨달았다. 옆에 있던 생활관 동기가 형과 대화시키려는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나는 '됐습니다.'하고 짧게 말을 잘르고 넘어갔다.

 

그러나 그 직후 10분도 채 되지 않아, 조교 한 명이 어깨를 '비켜!'하며 치고 지나갔으며 21살 생활관 동기는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그 애를 노려보자 잠시 후 시선을 피했지만, 같은 훈련이 끝나고 복도를 지나가다 다른 생활관 인원 명과 연달아 부딪혔다. 아무 없다가 오늘따라 이런 일이 연속되는 , 내가 머리를 맞고도 그냥 넘어가는 보고 ' 녀석 나보다 만만했던 아니야'라고 생각한 분명하다.

 

21 동기는 후에도 앞에서 일부러 진흙을 튀길 걷는 은근한 시비를 이어갔다. 대응은 노려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계속되면 행동으로 나설 생각이었다. 다른 동기 명도 가끔씩 사소한 것으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그런 것까지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초반에 나도 그렇게 요구했으니 뭐라 없어 그냥 했다. 하지만 나중에 청소 시간에 일부러 물을 쪽으로 뿌리는 보고 노려보자 그제야 눈치를 살폈다.

 

둘은 내가 초반에 뭐라도 것처럼 행동한 아니꼬왔던 것이다. 하지만 나도 단체 행동으로 내게 피해가 같은 훈련소가 아니었다면 결코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초반에 그렇게 하는 정답이었지 않는가. 그렇지 않으면 분명 혼났고, 거기다 요구해도 하면 내가 그냥 했다.

 

알고 있다. 이런 행동을 하는 뿐이고 다른 동기들은 내게 관심 없거나 호의적인 편이다. 사소한 시비이기에 다른 사람들도 뭐라 하지 않는 것이다.  외에는 사람들과 부딪힌 일도 없었으며, 나를 비웃은 21 생활관 동기는 후에 아닌 일로 칭찬을 분위기가 누그러진 했다. 형을 포함한 다른 동기들과도 별일 없이 지내다 마지막 날엔 단체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그런데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이런 시비가 걸리는 쪽이었으며, 이럴 바에는 완전히 타인처럼 서로 눈치만 보며 지내던 초반이 나았다.

 

11 , 정기공연이 끝나고 원형 탁자가 놓인 삼겹살집에서 뒷풀이를 가졌다. 주하와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고, 서로 인스타를 교환하면서 대각선에 앉은 연미와도 인스타를 주고받았다. 이제 동아리는 기말고사 준비로  3주간 휴식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연미와는 인스타로 가까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연미가 올린 인스타 스토리에 답장을 보내고, 번째로 연미가 동성 친구 셋과 작은 파티를 하는 스토리를 올렸을 , '나도 연미 님이랑 치킨 먹고 싶다' 답했다. 물론 흐름에 따라 만날 약속을 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답장은 없었다. 이유야 생각하면 끝이 없었고, 어느 순간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하길 그만뒀다. 그래도 이것만으로 단정 짓긴 이르다 싶어 크리스마스에 안부 메시지를 보냈지만, 역시나 답은 없었다. 휴식기가 끝나고 다시 봤을 , 연미는 눈치를 살피듯 이쪽을 잠깐 쳐다보고는, 후론 아무 일도 없었다.

 

새삼 연애시장에서의 위치를 같았다. 호감가는 점은 있어도 평균보다 약간 낮은 (168~170cm) 아직 안정된 직업이 없는 대학원생이라는 신분 사귀기에는 결정적인 요인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사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DT 동아리의 올해 활동이 마무리되었다. 새해가 되자 선배 기수들은 OB(동아리 졸업생) 되어 정기 활동에서 빠졌고, 장르별로 팀장이 선출되었다. 힙합 장르 인원은 나를 포함해 남자 4, 여자 11명으로 줄었다. 동아리 활동은 한동안 평화롭게 이어졌다.

 

어느 힙합 인원끼리 원을 이루고 프리스타일 춤을 연습하던 , 여자애 명이 갑자기 쪽으로 다가와  힙합 춤을 추고는, 무안했는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갔다. 내심 놀랐다. 말수도 적고 내성적인 친구라 지난 1년간 서로 엮일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있는 애여서, 딱히 의미를 두진 않았다.

 

또 다른 한명은 가끔 주변을 기웃거렸다. 마찬가지로 남자 친구가 있었지만, 좋게 보면 관심의 표현이고, 나쁘게 보면 한번 찔러보는거다. 내가 어떤 이성적 관심을 표현하면 바로 모른 척할 뻔하고, 친해질 생각도 없기에 저런 행동에서 끝난다. 그래도 그런 행동이 다소 귀엽고 기분 좋은 사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 단체 안무 연습 고개를 숙이다가 들었는데, 마침 앞을 주하가 지나갔다. 순간 주하는 '방금 OO 선배랑 키스할 뻔했어'라며 옆에 있던 문수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문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누나, 그럴 때는 저리 비켜 말하고 선배 밀쳐야 . 알았지?'라고 성희롱이라도 듯한 말투로 말했다. 주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그날 이후로 주하는 단체 안무 나와 가까워지기만 하면 나를 세게 밀쳤다. 번째 그런 행동이 반복되자 화가 '야 밀지마' 라고 쏘아붙이고 나서야 주하는 그런 행동을 멈췄다. 뒤로는 주하와 되도록 거리를 두었다.

 

작년부터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던 명은 다시금 얹짢은 내색을 드러냈다. 그중 명인 문수는 올해 동아리 부회장이 되었고, 이후로 인솔 등으로 내가 뭔가 말할 거리가 생기면 나에게 소리를 높여 말하는 것이었다. 춤을 때리는 듯한 동작을 쪽으로 향하거나, 몸이 아슬아슬하게 부딪힐 지나가고, 내가 연습 중이면 일부러 앞에 거울을 가리는 행동이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넘겼지만, 갈수록 심해져 맞대응하려 해도 문수는 교묘하게 내가 방심하고 있을 때만을 노렸다. 나보다 체구도 훨씬 작은, 계속 저러는지 모르겠다. 문수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동아리에 들어와 나와 9 차이가 나지만, 사실은 안중에도 없는 분명했다. 오히려 자신보다 상대를 이렇게 지속적으로 은근히 자극하고 밀치는 것을 문수는 자기 능력이라 생각할 것이다. 나는 이런 것들을 대처하는 방법이 부족했고, 문수는 그걸 정확하게 파악했다.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한마디 하려고 문수에게 다가가려다, 순간 울컥하는 감정에 잠시 주저앉고 말았다. 갑자기 울분이 쌓여 제대로 말이 나올 같았다. 그사이 타이밍을 놓쳐 문수는 친구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버렸다. 다음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5분 뒤 편의점에서 문수와 마주치고, '거울 가리지마.', '?', '너가 자꾸 나한테 시비 거는 같아서', ', . 알겠습니다' 교류를 거친 대충 대답하는 같아서 ' 계속 그러면 진짜 맞을 알아!' 소리쳤다. 그 뒤로 남은 마지막 연습 한 번은 별일 없이 지나갔고, 동아리는 다시 기말고사를 위해 휴강기에 들어갔다. 그렇게 2년차 1학기 활동이 끝이 났다.

 

시간이 흘러 10월이 되었고, 동아리는 11 정기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같이 연습실 바닥에 앉아 리허설을 보던 , 연미가 앞에 앉었다. 연미는 같은 힙합 동기로, 이전에 외부 리허설 장소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쳐 전공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후로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는데, 그날 연미가 아빠다리한 정강이에 살짝 등을 기댔다. 전해지는 체온에 열이 있어 혹시 감기에 걸린건가 싶었다. 괜히 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날 이후, 연습 연미와 눈이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팀장도 이를 눈치챈 듯했다. 연미의 안무를 지적했고, 연미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팀장은 그동안 연미가 내성적이지만 묵묵히 연습에 참여해 만큼 크게 뭐라고 적이 없었다. 팀장으로서 당연히 있는 말이기는 했지만, 평소에는 아무 없다가 이러는 행동이 눈에 띄었다. 예전 주하가 지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지각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다가, 나와 자주 겹치는 일이 생기니 갑자기 " 지각했니?" 하고 짚고 넘어갔다. 뭐라 하기도 애매했고, 단지 그것뿐이니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호감은 시간과 함께 점점 쌓였다. 어느 , 서로 안색을 살피다가 갑작스럽게 눈이 마주쳤고, 풋풋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렇게 연미와 사귀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내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을 팀장이 얘들에게 뭔가 주문사항을 전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이내 음악이 흐르며 단체 안무가 시작되었고, 바로 앞에서 팀장이 내게 "!" 하고 소리쳤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한 그대로 안무를 이어갔다. 곡이 끝나고 나자, 팀장이 앞에 있었다.

 

너무 화가 나면 신경이 근육에 집중된다는 그때 깨달았다. 화를 내려고 해도 말이 나오지 않고, 몸이 떨렸다. 머릿속에는 ‘이대로 칠지 말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동안 노려보다가 그냥 앉아 분노를 삭였다. 큰일 없이 동아리 생활을 계속하려면 내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팀장은 남은 시간 동안 태연하게 웃고 떠들며 연습을 진행했다. 이제 시원한가 보다.

 

갑자기 이런 행동이 나온 것이 아니다. 이전에도 단체 연습 흘리듯 반말을 적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러니 이번에 대놓고 "!"라고 소리친 것이다. 하필 오늘 이런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내가 행복해 보이는 꼴보기 싫은 것이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점은, 이렇게까지 뭔가 없었던 적 없었는데 애만이렇게까지 하느냐였다. 시선만 주고받다 흐지부지된 일이 한두 번이 아니고, 3개월 쯤을 마지막으로 내게 호감이 있는 눈치도 없었다. 팀장이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듯한 날도 있었는데, 이제 와서 저러는 건가?

 

봐도 뻔했다. 마나 평소 저런 방식으로 호감을 얻어왔을 것이다. 그러고는 썸 타다가 마음에 들면 어느 순간 우위에 관심 없는 태도를 취하며 관계를 끊었는데, 이번엔 얼핏 자신이 그 반대 입장이 된 거 같으니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거다. 자신한테 대시하던 남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으면. 결코 나를 좋아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의 위치의 문제이다.

 

정기공연 연습이 진행되면서 팀장은 계속해서 안무 수정 사항을 주문했다.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공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앞사람에게 말해서 알아서 전달되길 바라는 식이었다. 반영되지 않으면 연습 도중 "뇌에 힘줘", "그것도 ?" 같은 말을 했다. 처음엔 모두가 팀장의 말을 따르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듣는 마는 했다.

 

정기공연 마지막 연습이 끝나고, 팀장이 차분한 말투로 "혹시 하고 싶은 있으면 하고 가자"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불만을 듣고, 미안하다고 하는 그림을 생각했던 같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그냥 끝나는 듯하자 팀장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울지 ~" 하며 팀장을 달래는 애들도 있었지만, 나는 도저히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다. 어떤 말도 없이 단지 눈물을 보이는 대체 무슨 연유인가?

 

정기공연이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은 직후, 팀장이 떠나려던 나를 불렀다. 타이밍과 분위기 때문에, ‘야!’라고 소리친 것에 대해 사과하려는 알았다. 'OO 수고했습니다.'라고 말해서 ''라고 대답하고 (말을 놓지 않았었다)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팀장은 ''ㅇㅇ님 수고했죠~? 수고했죠~~?' 라고 말했다. 직접 말로 사과하긴 싫으니, 눈치껏 알아서 알아먹으라는 뜻이다. 질린듯이 '네에에~ 네에에' 대답하고 떠났다. 자기가 나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저런 행동이 나오는 거다.

 

후로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8개월 후 2학기 동아리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힙합 장르끼리 가벼운 댄스 배틀을 팀장이 심판을 맡게 되었다. 나는 흑발의 신입생 여자애와 같은 팀이 되어 같이 연습했지만 본선 1차에서 탈락했다.

 

배틀이 끝난 , 팀장은 특별상을 사람을 찾다가 다른 흑발 신입생에게 다가가 뭔가를 물었다. 그러나 애가 " 본선 진출 했는데요?"라고 답하자, 팀장은 순간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신입생들 얼굴이 아직 익숙치 않아서~"라고 얼버무렸지만, 착각할 없었다. 원래 상을 주려던 금발로 염색한 다른 신입생이었다.

 

나와 함께 연습한 애가 나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자 애를 멕이려 하다가, 비슷한 사람을 착각했다. 특별상을 일부러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행동도 이번이 번째였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상대가 얼핏 기대하는 표정을 즐기는 것이 틀림없다.

 

어우. 으으으으으으..!

 

분명 이런 애들이 나중에 성격 이상한 여자 상사가 된다. 결코 지인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은 성격이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끝나고 동아리 활동이 재개된 첫 학기, 캠퍼스는 다시 활기와 생동감으로 가득 찼다. 교정 곳곳에는 신입생을 모집하는 동아리 부스가 늘어섰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스트릿 댄스 동아리 DT(댄스타임) 가입했다. 대학원생도 입부할 있었고, 하루를 마친 생각 없이 쉬러갈 공간이 있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에 공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매번 시간을 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회성 모임보다는 꾸준히 이어지는 학교 동아리 활동 낫다고 생각했다.

 

동아리에 들어가면 힙합, 왁킹, 락킹, 비보이, 코레오, 하우스, 크럼프 등의 장르 하나를 선택해 같은 장르의 사람들과 2 동안 활동하게 된다. 내가 선택한 장르는 힙합이었고, 신입은 23, 그중 남자는 7 정도였다. 대부분 20 초중반이었으며,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

 

학기는 이벤트 없이 지나갔다. 신입생들은 공연에 참여하지 않고, 선배들이 돌아가며 가르쳐 주는 기초 안무를 배웠다. 자연스럽게 친해질 기회가 맍지 많아 동아리 시간이 끝나면 대부분 각자 흩어졌다. 본격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선배들을 보며 아리 분위기를 체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 시험 기간마다 3 정도 휴강이 있었고, 사실상 2개월 정도의 활동이 전부였다. 어느덧 기말고사를 앞두고 학기가 끝나갔다.

 

동아리 입부 면접 당시, 내가 속한 장르 팀장(20 중반의 여학생) 눈이 마주쳐, 서로 호감이 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얘들이 조금 늦어도 내색없이 넘어가 성격이 성격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활동하는 동안 특별히 친해질 계기는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학기 마지막 , 7 정도 모여 짧은 뒷풀이를 가지게 되었을 연애 이야기가 나오며 팀장은 "이제는 연애를 하고 싶다" 말며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얼마 다시 뒤풀이를 , 팀장은 '이제는 연애를 하고 싶다' 말을 다시 했다. 이번엔 나를 쳐다보지 않았지만, 나를 염두에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이야기를 듣는 와중 성격이 맞지 않을 같아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이후 다시 마주쳤을 때는 서로 관심이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팀장 입장에서는 "관심 있었으면 대시해야지, 그러기는 커녕 술자리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앉아 있기만 해서 별로"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얼마 , 여름방학 동아리 활동을 하며 내게 호감을 보이는 듯한 다른 사람이 생겼다.. 행동 없이 나를 조용히 바라보아 차분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실제 성격은 말은 적지만 발랄한 편이었다.

 

팀장도 이러한 기류를 눈치챘는지, 애에게 짧게 한마디를 건넸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나와 사이의 분위기를 인식한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고, 오히려 연습할 서로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제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말을 걸려는 순간, 애는 갑자기 몸을 돌려 피했다. 당황하지 않고 (당황하면 지는거다) 그대로 지나가 공간에서 혼자 안무 연습을 했다. 애는 다소 당황한 보였고, 이후 서로 쳐다보는 행동은 사라졌다.

 

이렇게 끝내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해 네다섯명 모여 즉흥 안무를 만드는 활동을 애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완전히 무시하고 등을 돌렸다. 음부터 나에게 관심이 없었구나 꺠달았다.

 

다시간이 지나고, 학교 축제 공연 연습을 하며, 성격이 둥글둥글하고 엉뚱한 주하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어느 정도 이성적 호감이 바탕이 교류라고 생각했으나 언뜻 보이는 행동에서 남자친구가 있는 같은 생각이 들어 점차 거리를 두었다. 얼마 여자들끼리 나눈 대화에서 "? 남자친구 있었어?"라는 말이 나오는 듣고 생각이 맞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래도 주하와 마디 하며 지냈다.

 

다른 명과 자주 연습 자리가 겹쳤다. 이틀 연속 같은 자리에서 연습하다, 삼일째도 가까운 위치에서 연습하게 되자, 애는 갑자기 자리를 피했다.

 

그러던 , 남자 동아리원 두세 명이 나에게 불만을 가진 듯했다. 그중 명은 모일 때가 되었는데도 내가 혼자 떨어져 있자, "OO!" 하고 일부러 소리로 불렀다. 직후 "아차 싶었다" 표정을 짓는 보니, 나에 대한 불만이 있었지만 선을 넘지는 않으려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 동아리 전체 뒷풀이에서 우리 장르에서 나만 참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날 생일인 사람이 있어 힙합 장르 사람들끼리 따로 뒷풀이를 했는데, 나만 사실을 전달받지 못한 것이다. 모두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이를 주최한 애들이 일부러 나에게만 알리지 않은 것 같았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동안 직접적으로 대시한 한명도 없었고, 애들 모두 내게 이성적인 호감이 없었다는 확인한 뿐이다. 물론 개인적인 연락을 사람도 명도 없었다. 하지만 얘들은 서너 명이랑 탔다고 하려나? 

 

비단 여기서만일이 아니었다. 나보다 심하면 심할거면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다.

 

# 모임 불미

 

25 , 케이팝 댄스 클래스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말없이 사람들을 따라다니기만 해서 로봇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여자애들이 나를 챙겨주었다. 그런데 여자 아이돌 담당 안무가라는 남자 강사 분은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어느 " 안무는 참석 인원 9명이지만 4명씩 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나를 제외시켜 한동안 멍하니 있게 했다. 줄지어 걷는 간단한 안무였기 때문에 4명씩 나눌 필요는 없었고, 당연히 강사 본인도 사실을 알고 있었다.

 

26 때는 6 정도 모여 연극을 올리는 모임에 참여했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 남자 명이 감독 역할을 맡으며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 했고, 여러 이유를 대며 파트를 계속 빼는 것이었다. 그날 톡방을 나갔고, 그걸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나갔는지, 시간 정도 지나자 애에게서 불만을 담은 장문의 글이 왔다. 내용은 "형이 앞으로 인생 살면서 여러 힘든 일이 있을 텐데, 고작 이런 일로 그만두면 앞으로 어떤 인생의 힘든 일도 이겨낼 없을 "이라는 식의 내용이었다.

 

27 때는 사교 댄스 동아리에서 강사가 따로 여는 살사 수업을 듣는 사람들끼리 구성된 공연 팀에 들어가는 반대당한 적이 있다. 강사는 실력을 문제 삼았지만, 나와 비슷하거나 못하는 사람도 합격한 것을 보고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심각하게 전문적인 팀도 아니었다.

 

같은 해에 들어간 대형 독서 모임에서는 모임장이 갑자기 나를 불러 "운영진의 결정"이라며 내가 동아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으니 나가달라고 했다. 나는 3 동안 서너 번의 활동 뒷풀이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고 조용히 활동 내용에만 집중했기에, 상황이 너무에 뜬금없었다. 말다툼 끝에 운영진은 존재하지 않으며, 사실상 모임장 혼자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는 알았다. 그러러면 회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단톡방에 내용을 알리고 나갔는데, 숨김 처리 기능 때문에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소심하게만 있었던 때도, 이성과 관련된 일이 전혀 없었던 때도,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이 의문이었다. 원래 모임을 하다 보면 자주 이런 일이 있는 건가? 모임장이나 회장, 강사 같은 뭔가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유독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성격을 미리 짐작하거나, 자신이 리더인 만큼 모든 호감과 관심이 자신에게 쏟아져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모임과 연애

 

한편, 사교 댄스 동아리에서의 경험 이후 이성 관계에서 비언어적 표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내성적인 편이라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과 자주 시선이 마주치고, 가까이 가도 피하지 않으며 여전히 시선이 교류된다면 대화를 시작할 있다고 느꼈다. 이후 친해지며 장난스럽게 이성적 호감을 표현해도 거부감이 없다면, 그때 연락처를 물어봐도 된다고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서로 호감이 있다면, 크게 티가 나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 옆자리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로 그렇게 되도록 미묘하게 움직여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이성적 호감이 없으면 상대가 피하거나 거리를 두며 과정에서 끝났다.

 

하지만 그렇게 했어도 대부분 연락하는 과정에서 읽씹으로 끝났다. 사람이랑은 정말 연애로 이어질 같다고 생각했어도 매번 틀리는 , 적어도 둘이 따로 만나고 나서야칫국을 마셔야 된다고 생각했다. 연애는 어쩔 없이 현실적 조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동아리가 연애만 하는 곳은 아니고, 연애를 못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그냥 친하게만 지내거나 모임 내용을 하고 돌아오면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자신이 좋아하거나 진지하게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는 모임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시하고 되면 바로 나가는 같은 남자들이나, 어떤 남자들도 자기한테 이성적 호감이 없으면 나가는 같은 여자들은 별로였다. 나와 맞는 사람을 찾으면 좋고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활동만 즐기며 와야 된다고 생각했다.


모임에
 참여한 목적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지만, 억지로 친해질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친해지면 친해지는 것이고,  친해지면 어쩔  없이 직장처럼 활동 내용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게 호감 없는 사람과 억지로 친해지려 해봤자,  같이 있는 자리에서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한다. 게다가 어쩔  없이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친해지게 된다는 것도 느꼈다.

 

동아리가 분리된 후 정기 연습 장소가 다른 라틴바로 변경되었고,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후 인원은 더욱 줄어들었지만, 수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개편 번째 기수에서는 졸업생을 대상으로 개의 클래스가 개설되었다. 번째는 심화 클래스, 번째는 공연을 준비하는 클래스였다. 클래스 모두 이글 님이 담당했다. 6 과정으로 구성된 클래스 수업비는 각각 5 원이었으며, 클래스를 모두 수강하면 일부 수업비를 환급해 준다고 했다.

 

나는 계속 동아리 활동을 이어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교 댄스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큼 크지 않았고, 동아리 인간관계도 거의 고정되어 있었다. 신규 회원 유입도 많이 줄었다. 그래도 이번 공연을 마지막으로 동아리 활동을 마무리하자는 마음으로 클래스를 신청했다.

 

수업이 진행된 지 약 3주쯤 되었을 때, 이글 님이 공연 희망자를 모집했다. 공연은 홍대와 강남의 라틴바에서 3~5회 정도 예정되어 있다고 하며, 참가 희망 여부와 각자 선호하는 파트너를 조사했다. 다만, 모든 신청자가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걸렸다. 나는 홍대 공연만 신청했다.

 

그러나 얼마 발표된 공연 파트너 배정 명단에서 나는 빠져 있었다. 당황스러웠다. 이글 님과 친하지는 않았지만 관계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기 공연을 한쪽만 한다고 해서 나를 제외했나?

 

마침 같이 수업을 듣던 워터 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자신도 공연을 신청했는데 명단에서 빠진 같다고 했다. 나는 단톡방에서 이글 님에게 공연 신청을 했는데도 나와 워터 님이 제외된 이유를 설명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글 님은 갑자기 "나는 잘못한 없냐" 톡을 올렸다. 분명 여자들한테 무분별하게 연락했을 거라는 짐작으로 하나 걸리라고 찔러보는 거다.

 

'. 잘못한 없는데요.'

 

웬만하면 갠톡을 거의 했기에 딱히 찔리는 일도 없었고, 애초에 이후에 제대로 썸도 없었다.

 

그러자 이글 님은 "그렇죠… OO님은 잘못한 없죠…" 답했다. 이어서 다음과 같은 톡을 보냈다.

 

' 이유를 공지방에서 말할까요 아니면 OO님에게 개인 톡으로 보낼까요?'

'개인 톡으로 보내도 되고, 딱히 여기에 말해도 상관 없습니다.'

'개인 톡으로 보내달라는 말이죠?'

 

잠시 생각하다 '' 라고 답했다.

 

이글 님은 내가 공연 멤버로 선정되지 않은 이유는 실력 부족과 여성들의 선호 때문이라고 했다. 워터 님은이글 님으로부터 " 늦게 신청해서 제외되었다"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수업에서 이글 님과 직접 대화를 나누었다. 공연이 예정된 라틴바에서 공연 인원을 7쌍으로 제한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연 클래스에는 남녀 8쌍이 있었기에, 커플은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성격이 내성적이어 빠져도 아무 못할 같은 사람들을 골랐다고 생각했다.

몇 커플 씩 돌아가며 공연을 서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이글 님은 침울한 표정으로 아직 정해진 공연은 이것 하나 밖에 없다고 답했다. 3-5 공연은 아직 계획일 뿐이었. 알겠다고, 내가 빠지겠다고 했다. 어차피 댄클 이번 달까지만 생각이었다. 사교 댄스도 이제 그만 두고, 다음 달부터는 알바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 후 어쩐 일인지 워터 님은 다시 공연 멤버에 포함되었고, 대신 공연 신청을 기한 지나서 했다는 다른 여자분이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여자 분은 자신이 기한 내에 신청했다며 불만을 제기했고, 이후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얼마 공연 일정이 잡혔다며 하겠냐는 제의에 그렇다고 답했지만 결국 공연은 취소되었다.

 

이런 일이 있고 수업 5주차 공연 클래스, 남자 명이 남아 돌았고, 파트너도 없었다. 내가 수업에 있는 방해되는 명확했다. 안무 진도는 이미 나갔고, 수업 내용은 공연을 위한 디테일 조정이었다. 5분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다가 조용히 연습실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던 와중 수업을 같이 듣던 사람에게 전화가 왔었다. 이글 님이 나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화가 알아챈 이미 20분이 지난 여서, 오늘을 그냥 돌아간다고 했다.

 

수업 6 차는 리허설이었다. 다른 레벨 수업을 기웃거리다 헬퍼로 들어갔다. 그렇게 이번 기수 수업이 끝났다.

 

이글 님은 환급 대상자는 자신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라고 공지했다. 나는 환급 대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글 님은 "심화 클래스와 공연 클래스 모두 전체 출석해야 환급 대상"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연을 희망했음에도 배제되었고, 이후 공연 클래스 수업은 사실상 리허설로 진행되었으며, 방해될 같아 헬퍼로 참여했으니 실질적으로는 전체 출석이나 다름없지 않냐는 불만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글 님은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공연이 번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영상도 찍을 예정이었는데, 끝까지 열심히 하지 않고 중간에 수업을 나간 건 내 잘못이고 애초에 실력 부족이라는 (나는 납득하지 않았지만) 내용이었다.

 

짜증났다. 다음 달에도 자신의 수업을 계속 들으란 소린가? 게다가 이미 동아리 수준을 넘는 금액인 10 원을 받았으면서, 수업을 이렇게 운영하는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 공연 못할 사람이 있었으면, 애초에 공연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뭔가를 배울 있도록 커리큘럼을 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완벽주의 성향에, 잘못을 넘어가주면 내가 잘못한 거고 자신은 완벽해야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동아리가 분리되고 뭔가를 성공시켜야 하는 입장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운영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있는 일은 없었다. 나는 동아리 내에서 친한 사람도 적었고, 이글 님은 운영진의 핵심 인물이었다. 운영진은 분리된 얼마 되지 않아 갈등을 원치 않을 것이었다. 문제를 제기하려면 단톡방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려야 했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그저 조용히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냥 동아리를 나왔다.

 

그렇게 1 다닌 댄클 생활을 마무리 했다. 지금 생각하니 2 피해자가 생길수도 있으니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나올 후회된다.

댄클은 로얄 선생님이 대표인, 성인들에게 살사와 바차타를 가르치는 동호회 학원인 'LL 클럽'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곳을 다니던 로사 님이 대학생들도 이런 활동을 즐길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동아리 틀을 만들고, LL클럽의 선생님들을 모셔와 지금의 댄클 동아리가 탄생했다고 한다.

 

어느날 장문의 글이 동아리 공지방에 올라왔다. 글의 내용은 댄클 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관비가 로얄 개인 계좌를 통해 이체되며 어떤한 증빙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 상에서는 LL클럽 운영 내역과 댄클 운영 내역을 구분할 없고, 설령 로얄 쌤이 동아리비를 횡령했어도 결코 모른다는 얘기였다.

 

증빙 서명과 녹취된 발언이 있다며 사진이 첨부되어 올라왔다. 증빙 서면은 '댄클 대관비는 로얄 계좌에서 이체된다' 적혀 있는 종이를 동아리 장소로 대관하던 라틴바의 사장님이 사인해 종이 같았다.

 

이는 동아리 전체 문제로 확산되었다. 만약 사실이라면 문제라며, 선생님께 “그동안 동아리비 사용 내역을 확인할 있는 자료를 보내 달라”는 의견들이 잇따랐다. 이에 로얄 쌤은 정기 연습 시간에 직접 설명하겠다고 답했다.

 

정기 연습 중간 휴식 시간에 해명 자리가 마련되었다. 라틴바 사장님이 해명을 위해 댄클을 직접 방문했다. 처음 단톡방에서 의문을 제기한 '울프', 살사와 바차타에 열정이 있던 '이글' 주축으로 학생측의 의견이 전달되었다. 해명은 소리 높이는 없이 차분하게 진행되었다.

 

증빙 서면을 라틴바 사장님은 평소 로얄 선생님과 친분이 있었으며, 로얄 선생님이 '젊은 애들이 살사와 바차타를 열심히 하는 보는 뿌듯하다, 그래서 적자를 봐도 아무런 느낌이 든다' 말하곤 했다고 한다. 어느날 댄 학생이 그냥 평소 대화하는 말로 묻기에 아무 생각 없이 서면에 사인해 주었는데, 그걸 횡령으로 몰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의문을 제기한 학생측은 '물론 로얄 쌤께 고마워하는 마음은 있지만, 우리가 문제 삼는 대관비 동아리 운영 내역에 관한 자료가 투명해지는 것이고, 그래야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있었을 우리도 납득할 같다' 말했다.

 

하지만 댄클 운영에 쓰이는 별도의 계좌가 없었다. 투명화 요구에 맞춰 내역을 전부 공개하려면, 로얄 생업인 LL클럽 운영과 강습을 포함한 개인 수입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로얄 설명이었다.

 

그러자 학생들이 “회비 가장 부분이 대관비인데, 라틴바 사장님이 우리가 매달 대관비로 얼마나 쓰는지 영수증만 발급해 주면 되는 아니냐”고 물자, 사장님은 “대관비는 동호회나 동아리 인원 수와 소셜 참여 정도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으며, 로얄 쌤과는 개인적 친분으로 할인해 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댄클은 인원도 적고 소셜 참여도 역시 많지 않은 "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우리가 얼마 정도를 로얄 쌤에게 빚진거냐는 이글의 질문에, 로얄 쌤은 머뭇거리다 300만원이라고 답했다. 증명할 없었지만, 말에서 진심을 느낀 이들도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인원에 비해 공간인 라틴바를 계속해서 대관해서 생긴 문제지, 근래 크게 감소한 인원에 맞게 연습실을 잡았다면 정도의 적자가 쌓일 일이 없다는 것도 일리가 있는 같았다. 모임 장소가 매번 바뀌고, 그날 참석하는 인원을 미리 파악하기 힘들다는 문제를 감안하면.

 

결국 동아리 운영비 투명화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이대로 LL클럽 시스템을 계속 사용할지, 아니면 아예 학생들끼리만 운영하는 식으로 분리할지를 두고 전체 투표가 이뤄졌다. 만일 동아리가 분리된다면 대관 공간부터 수업 내용까지 모든 운영을 학생 운영진이 책임져야 했다.

 

동아리 회비를 문제로 삼았지만, 처음 시작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들은 수업 중에 가끔 몇몇 애들은 놀리는 같은 가벼운 장난을 치곤 했다. 개인적으로는 젊었을 또래 이성과 사교 댄스를 즐기지 못했던 아쉬움 같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고 생각했다. 수업의 모든 사람들은 가벼운 장난으로 생각하고 넘기나, 대상이 본인은 마냥 웃어넘길 만은 없곤 하다.

 

이에 대해 뭐라 해봤자 자신만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어, 분노를 표출할 있는 정당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행동을 취할 이유가 없었다. 기존 운영진의 말처럼, 내용을 공지방에 올리는 아니라 자기들에게 먼저 알렸으면 됐다. 유독 울프에게 그런 일이 많았는지, 아니면 아닌 걸 크게 받아들였는지는 결코 모르지만 말이다.

 

투표를 진행하던 대다수는 '동아리 회비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하는 민주주의적이다' 생각으로 투표에 참여했을 같았다. 동아리 활동에 꾸준히 나오는 사람도 정도였다.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이 이러한 동아리를 유지할 유인이 없다는 것과, 이번에는 학생쪽을 믿을 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있은 직후면 회비 문제는 없을 같았지만.

 

나는 중립이었다. 진심으로 로얄 쌤이 동아리비를 횡령했다고도, 앞으로 그런 문제가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내게 문제라면 선생님이 있는 클래스에선 어쩔 없이 다소 선생님 눈치를 보게 되는 불편한가, 아니면 선생님들이란 억지력이 없을 각자 자기 맘대로 행동하게 될까 하는 쪽이었다. 로 선생님께 불만은 없었지만 다른 선생님에게는 섭섭함이 조금 있었다. 친한 쪽도 없었고, 딱히 동아리 활동만 있다면 어느 쪽이든 상관 없었다.

 

투표 결과 LL클럽과 댄클 동아리 분리가 결정되었고, 이내 동아리 회장 선거가 이뤄졌다. 처음 공지방에 문제를 제기했던 울프가 동아리의 회장이 되었다.

댄클 동기에 지예라는 얘가 있었다. 밝고 쾌활한 성격이라 주변 공기를 잘 띄워 주었고, 나나 다른 남자들이랑 파트너가 되어 대화 끊기게 되면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해 주곤 했다.

 

지예는 나와 파트너가 될 때면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처음엔 원래 성격이라서 그런 알았는데, 유독 내게 다가와 자주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지예와 파트너가 되었을 때 주변을 두리번 거리자, 당황했지만 이내 말을 걸어 관심을 되돌리려는 게, 엄마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예는 동아리 처음 들어왔을 때도, 댄클 휴강 기간이 끝난 후에도, 유독 나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가진 것 같았다. 만약 지예와 사귀게 되면 안정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점차 나도 먼저 지예에게 말을 걸게 되었다.

 

얼마 후, 지예가 코로나에 걸려 한동안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지예에게 카톡을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심심해서 어떡해?'

'난 안 심심한데 ㅋㅋㅋ'

'댄클에 안 오는데?'

'코로나인데 어떻게 가?'

'그래서 심심하지 않냐고 ㅋㅋㅋ 뭐하고 보내?'

 

뒤로 답이 없었다. 성급히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보내고 나니 카톡을 왜 저런 식으로 보냈지 생각했다. 거기다 다소 어쩔 수 없는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다음 주 지예가 댄클에 돌아왔을 때는 내게 뭔가 미안한 표정인 거 같았다. 몸 괜찮냐는 말을 걸자 밝게 대답했고 이전처럼 다정하게 몇 마디 주고받는 사이로 돌아갔다.

 

어느덧 기수가 시작되고 4주째가 되고, 레벨 2 공연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제 지예와 따로 만날 약속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말을 워낙 잘 해 위화감이 없었지만, 지예는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소셜 휴식 시간, 지예와 같은 의자에 앉아 쉬게 되었을 때, 교양수업에서 들은 중국어를 짜 맞춰 '우리 같이 밥 먹자'는 말을 중국어로 했다. '우리 나중에 밥 한 끼 하자' 같은 세세한 뉘앙스를 전하는 건 불가능했고, 중의적인 의미가 있어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왜 그래야 돼?"

 

그 말을 하고 지예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틀 뒤 레벨 2 공연 연습하는 내내, 지예는 나한테 하던 행동을 다른 동기 남자애게 했다. 연습 내내 그 동기 남자 옆에서 말을 걸며,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내가 거는 말에는 대충 대답해 대화를 끝냈다.

 

지예가 카톡을 읽고도 답을 안 했는데도 여전히 내가 말을 걸고, 사실상 고백 비슷한 것도 했으니, 이제 그렇게 하면 내가 비통해 하며 '너 지금까지 나 좋아헀잖아' 하고 매달릴 거라고 생각했겠지. 실제 그러는 얘들도 있었다. 처음 파트너 남자에게 칭찬을 해 주던 것도, 그런 식으로 호감을 얻으려 했던 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지금까지 동아리 활동을 하는 동안, 지예가 제일 나에게 말을 많이 걸었 었다. 내가 먼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건 경우도 적었고, 다른 동기들이 내게 취하는 스탠스는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안따까운 듯한 눈치도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연습에만 집중했다. 레벨 2 공연은 무사히 마쳤고 레벨 3로 올라가게 되었다. 

 

댄클에는 남자친구가 있는, 키도 크고 몸매도 좋은 예쁜 댄클 졸업생이 있었다. 새 기수가 시작되고 레벨 3로 올라가지 수업에 헬퍼로 들어오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떠 올랐다. 연습을 위해 파트너를 찾아야 할 때면 제일 먼저 이 사람에게 달려갔고, 지예는 안 쳐다보고 이 사람만 쳐다봤다.

 

그 사람이 남자친구가 있던지, 내가 사람에게 호감이 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목적은 오직 지예 기분 안 좋게 하는 것. 이런 게 도움될까 싶었지만, 호감 자체가 목적이면 유효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너보다 이 사람이 더 예뻐',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리고 꽤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지예는 당황했고,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 보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바람에 발을 삐었는지 남은 클래스 시간 동안은 휴게실에서 쉬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다소 당황했다. 지예가 이렇게까지 큰 반응을 보일거란 예상은 못 했다. 지금 이 상황만 봐서는 일방적으로 내가 잘못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날 수업이 끝나고 나면 지예가 내 뒷담화를 심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후 아무 일 없었고, 댄클에 8개월 더 다닐 동안 지예와 마주칠 때 인사하고 별일없이 지낸 거 보면 지예가 성격 좋은 건 맞는 거 같았다. 단지 내가 이성적 대상이 아니었을 뿐이었다.

 

지예와 잘 안 됐어도 납득이 되는 게, 초반 지예가 아닌 슈가에게 관심이 있던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예가 저런 행동 한 것이 아닐까. 나는 사귀게 된다면 정말로 진지하게 사귈 생각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고 나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다른 얘들이라고 안 그럴까. 1년 동안 스무 커플이나 생겼다고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중 절반 이상이 한 달 내에 깨졌다고 들었다. 이미 사귀고 있는 커플들도 내가 생각하는 진지한 관계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서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랐다. 보통 연애하고 아무리 늦어도 3개월 사귀게 되면 관계를 맺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좋아하니까 사귀었을 테니까. 이게 현대 연애의 새로운 균형이었던 것이다. 아니면 예전부터 그랬던 건가?

 

그 후 댄클에서의 내 생활은 이랬다. ‘나도 더 이상 거리낄 게 뭐 있어싶어서, 내가 조금이라도 호감이 생기는 사람 모두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이전과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전까지 내성적인 탓에, 정말 관심 있는 이성에게만 억지로 먼저 다가갔다면, 이제는 모두에게 먼저 말을 걸고 친해지려 했다. 남녀 불구하고 상대를 칭찬하고 호감을 얻으려는 일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같이 수업을 듣던 몇몇 남자애들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게 되었다. 말을 걸어도 제대로 답해주지 않거나,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딴지를 걸었다. 우리 기수 레벨 3 공연을 마치고 다른 사람들을 모아 뒷풀이를 한 것 같은데, 나만 빠진 거 같았다. 오해였다고 하는데

몇몇 여자애들도 마찬가지였다. 별일도 없었는데 소셜 때 파트너 신청을 거절했다.

얼마 후 이번에는 우리 기수끼리 다같이 뒷풀이 하자고 파티룸을 잡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같이 뭉치는 느낌도 아니여서 분위기가 애매했던 걸로 기억한다.

 

한편 지예가 했던 말은 남녀관계의 핵심을 뚫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지예뿐 아니라 대부분 여자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생략된 말의 전체 버전은 다음과 같지 않을까.

"너랑 사귀지 않으면 게속해서 남자들의 대시와 호의를 받을텐데, 내가 왜 굳이 너와 사귀어야 돼?"

 

그간 모임 경험으로 사회성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연애였다. 사교 댄스 동아리인 만큼, 동아리가 생긴 후 1년 동안 공식적으로 생긴 커플만 해도 스무 쌍이나 된다고 한다.

 

그간 이성관계에 대해 깨달은 건 다음과 같았다. 같은 단톡방에 있다고 무턱대고 문자를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오프라인에서 마주칠 있는데, 카톡으로 먼저 친해진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순서가 반대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크게 이어질 일도 없이 읽씹으로 끊겨버리기 쉽다.

충분히 친해진 거 같아도 어느 문득 연락이 끊길 있다. 이미 연락하고 있는 사람이 넘쳐나 그럴거라 짐작했다. 내가 재밌는 편도 아니었고, 딱히 사귈 것도 아니니 카톡만 이어가는 의미 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어차피 새로운 가면 대시하는 사람은 계속 생길 테니.

 

게다가 남자들한테 호감을 받은 자랑으로 여기는 여자들도 있는 같았다. 대시하는 남자이기에 이런 사람들은 드러나지도 않는다. 보낸 메시지는 틀리면 무기가 된다. 여자들의 정복욕을 믿었다. 댄클에서 또래 친구가 '남자들은 총알이 밖에 없는 같아'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리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직 충분히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카톡으로든 번따로든 대시하면 안 된다 생각했다. 모두가 보는데서 행동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충분히 관계의 진전을 인식시켜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게 유일한 진실이다. 개연성이 가장 중요하다.

 

잘생기고 인기 있는 유투버가 얼핏 호감 있는 사람과 라이브 방송에서 친해지려 하는 걸 보고, '나라면 사적 자리 공적 자리 완전히 구분하고 공개된 데에서 저렇게 안 할 텐데' 의문이 들다가 깨닫게 된 것이었다.

같이 지내면서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 이 사람도 나를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주변 사람들도 납득할 정도 서로 호감이 쌓였을 때 대시하는 것. 그게 기본 방침이었다. 애초에, 원래 관계라는 건 그렇게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었다.

 

댄클 수업 첫날, 강사님을 안에 두고 둘러선 로테이션으로 파트너를 바꿔가며 연습할 , 처음 슈가를 보았다. 같이 동작을 맞춰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슈가는 양손을 내려놓고 가만히 서서 나를 지켜보기만 했다.

 

‘뭐지? 내가 잘못했나? 그런데 오늘 처음 보는데…?

 

당황해서 나도 가만히 있다가 시간이 흘러 파트너가 바뀌었다. 의문이 들어 수업을 하는 동안 슈가를 살펴보니, 슈가는 다른 남자들에게도 똑같이 양손을 내려놓은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남자들은 당황했다.

 

'...애 봐라'

다시 슈가와 파트너가 됐을 , 이번엔 나도 차렷 자세로 그냥 서 있었다. 그러자 슈가가 슬쩍 손을 내밀었고, 나는 연습하자는 뜻인가 싶어 홀딩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슈가는 다시 손을 서서히 내리는 것이었다. 내리려던 손을 그냥 잡아챘다. 혹시 강사님이 보고 문제가 되면 '"얘가 수업시간인데 손을 안 잡으려 하자나요. 남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일러야지 대비책이 있어서 가능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슈가는 손을 빼려 하지 않았고, 그대로 같이 동작을 연습했다. 그 뒤로도 슈가는 나와 파트너가 될 떄면 순수히 손을 내주었다. 여전히 슈가가 파트너가 되면 당황하는 남자애들이 있었만. 슈가와 손을 잡는 다른 얘들은 "연습 시간인데 연습 안 할 건가요" 식으로 정중하게 말했나? 그렇게 생각하면 그게 좋은 방법인 같았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게, 슈가의 눈빛에 악의가 없었다.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이 쳐다보는 게 상대의 반응을 보고 장난 치는 것 같기도 했다. 남녀 상관 없이 동기 모두에게 말을 걸고 성격도 순한 편이라는 게 느껴져, 같은 동기 남자들 대다수가 슈가를 좋아할 정도로 호감이 몰렸었다.

 

나도 슈가에게 호감이 있었다. 다른 사람과 파트너가 되었을 가끔 슈가가 나를 슬쩍 쳐다보는 보면, 슈가도 내게 작은 호감이 있다고 생각헀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슈가에게 다가가 지속적으로 말을 걸고 대화를 유도하지 못하는 아쉬웠지만, 내가 있는 것들을 했다.

아리 뒤풀이에서 메뉴 정할 “탕수육 먹고 싶은 사람―깐풍기 먹고 싶은 사람―” 이렇게 투표하던 와중에, 슈가가 “꿔바로우 먹고 싶은 사람은 없어?”라고 말하자 아무도 손을 들지 않길래, 내가 뒤늦게 손을 번쩍 들며 “사실 나도 꿔바로우가 먹고 싶어.”라고 말했다.

슈가와 파트너가 어느 , 잡은 손을 상대 머리 위로 넘기는 '깔리시아'라는 동작을 연습할 , 슈가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 것처럼 동작을 하다가 슈가 손을 그대로 머리 위에 올려 놓았다.

그때마다 웃는 거 보면 나름 효과가 있었던 같다. 니면 내성적인 사람이 가끔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웃겼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종종 파트너가 아닐 때도 서로 쳐다보는 일이 잦아졌다. 슈가는 적어도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에서는 내게 제일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슈가에게 고백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는 됐다고 생각했다.

 

동아리를 시작한 어느덧 달이 지났다. 우리 기수의 절반 정도가 그만뒀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동작이 점점 어려워지고, 때마다 인원이 절반씩 줄어든다고 했다. 마침 대학 기말고사도 겹쳐서, 동아리는 앞으로 2주간 휴강이 예정되어 있었다. 다음 기수에는 누가 나올지 모르니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연락처를 받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 중 남자 동기들 연락처를 받고, 이제 슈가의 연락처를 받을 일만이 남았지만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 했다.

 

월요일 수업이 끝나고, 소셜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제 미룰 수 없었다. 슈가는 지예라는 여자 동기 한 명과 남자 선배 한 명 셋이서 얘기하고 있었다. 타이밍이 적당해 보였다. 다가가서 말했다.

 

"ㅇㅇ도 중간에 그만두고, ㅇㅇ도 그만뒀는데, 우리도 3개월쯤 됐잖아. 다들 언제까지 동아리를 계속할지도 모르니까 연락처를 미리 교환해두자."

 

음악 소리 때문에 들렸는지 슈가가 “어? 뭐라고? 하고 되물었다. 다시 같은 내용을 말하자, 같이 있던 남자 선배는 살짝 당황하고, 지예가 흔쾌히 연락처를 주는 동안 슈가는 '나중에 카톡으로 하면 되잖아' 조용히 읊조리고는 그 자리를 떳다.

 

다시 슈가를 찾자, 옆에서 뭔가 복잡한 표정으로 있었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 있는데서 번호 따는 것처럼 연락처를 얻으려 한 것을 탓하는 걸까? 슈가에게 다가가 사과를 했다.

 

"미안, 그만두는 사람들도 생기고 다음 달에 안 나올지도 모르니 지금 아니면 연락처를 교환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어."

"나중에 카톡으로 하면 되잖아."

슈가는 조용히 같은 말을 다시 했다.

하지만… 말문이 막혔다.

그 후 슈가는 문 밖으로 나갔고, 나도 잠시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슈가에게 카톡을 보냈다. 내용을 고심했지만, 결국 같은 말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어서 앞으로 언제 볼지 모르니, 친해지고 싶어 연락처를 받고 싶았다. 괜찮으면 내일 먹자"라는 내용이었다.

 

슈가는 “내일은 그렇고, 3 후에 보자”라고 답했다. 나는 이것을 완벽한 거절이라 생각하고, “알았어”라는 말과 함께 “ㅠㅠ” 이모티콘을 보냈다.

 

얼마 인스타 스토리에 셋이 카페에서 공부 중인 사진이 올라온 보니, 아마 선배와도 약속을 잡았던 아니었을까 싶다. 이성적 뭔가가 있었다긴 보다 셋이 집이 근처라서 같이 시험공부 하자고 했을 거 같았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지만.

 

댄클 휴강 기간이 끝난 2주 후에 슈가는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그 날을 마지막으로 동아리를 그만두었다. 남은 동기들은 “슈가 갑자기 그만둔 거지?, “사람 일은 정말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지만, 나는 이유를 같았다. 휴강 기간 중에 말고도 슈가에게 연락한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애초에 다른 곳에서 이미 되가던 상대가 있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썸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잘 안 됐어도 납득이 되는 게 나도 슈가도 호감을 표현하는 듯 하면서도 서로 사리는 게 느껴졌다. 나도 이전 첫(짝)사랑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온전히 호감을 표현하지 못 했고, 슈가도 어딘가 사리는 듯한 느낌이 었다. 나름 감춘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느낌을 잘 파악하는 편이었다.

 

나중에 한 번 동아리 소셜에 놀러왔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3 거리두기가 지속되었다. 이제 한계였다. 5개월 동안 스터디 카페와 헬스장만 오가 사람들과 말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다가 유일하게 열리고 있는 동아리를 하나 발견했다. 동아리 이름은 ‘댄스 클럽’, 줄여서 '댄클'로 대학생들끼리 살사와 바차타 같은 사교 댄스를 배우는 곳이었다. 외국인도 모집하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고 하니,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도 환영이라고 있었다. 무료는 아니었고, 대관비 등을 위해 달 4만 원 정도의 회비가 있었다.

 

유일하게 여는 곳이었지만, 사교 댄스 동아리라는 걱정되었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다같이 어울리는 분위기가 아니라 모두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할거야' 하는 분위기면 소외되는 편이었다. 인원 7 성비 6 1 정도로 몇몇 없는 여자애들에게 남자들이 대놓고 대시하는 구조이지 않을까. 여자들도 그걸 좋아하고.

 

그렇지만 이제 한계였다. 따분해서 미칠 같다. 마음에  들면 해보고 나가면 되지. 게다가 예전에 봤던 애니에서 주인공들이 왈츠를 추는모습이 강렬하게 남아, 언젠가 사교 댄스를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수업을 들으러 갔더니 예상과 달리 사람들이 많았고, 남녀 성비도 반반이었다. 주기로 기수를 편성해 운영하는데, 내가 속한 기수는 14명 정도였고 성비도 비슷 보였다. 동아리 전체 인원은 40 정도일까. 가르치는 선생님 여섯 분이 계셨고, 여기서 배우다가 본격적으로 흥미가 생기면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성인 대상 LL 클럽’ 수업을 이어 들을 있는 구조인 듯했다.

외국인도 대여섯 있었고, 수업은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가르쳤다. 모두가 닉네임을 사용했는데, 예를 들어 Nam-il, Sugar, Bred 같은 느낌으로 불렀다.

 

첫날 수업에서, 강사님이 댄스 홀에서의 기본 매너에 관해 설명했다. 댄스 홀에서 파트너와 함께 추는 춤을 소셜 댄스라 한다고 했다.

 

"When you propose a woman for dance, 안 받아들인다고 뭐라 하면 됩니다. It's just a proposal. 만약 그런데도 계속 매달리고 짜증낸다...? 그럼 E Sang Han 사람"

 

이어서 살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이어졌다. 선생님들이 시연한 살사가 짜인 루틴인 알았는데, 즉흥적으로 거라고 해서 믿기지 않았다.

 

"When man steps backward, it's his turn to signal what move he wants the partner to do. When man steps forward, it's woman turn to do the turn."

 

남녀가 손을 잡고 번갈아 앞뒤로 스텝을 밟으면서, 남자가 박자 원하는 움직임을 하기 위해 상대 손을 가볍게 당기거나 밀며 신호를 보낸다. 여자는 신호를 감지하고, 남자가 앞으로 움직일 때의 미세한 힘을 받아 턴을 수행한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저런 안무가 가능했었다. 

들어보니 남녀가 맡아야 역할에 비대칭이 있었다. 구성을 만드는 쪽은 남자지만, 남자는 파트너를 돋보이기 위한 역할이 크고 안에서 동적으로 움직이며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여자였다.

 

"Man leads, woman follows."

 

직후 다만 ‘리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따라도 된다’는 말이 재밌게 들리면서, 묘하게 남녀관계를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커플 댄스인데 파트너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궁금했는데, 선생님들을 원으로 둘러싸고 남녀가 교대로 서서 5분 정도 연습한 뒤, 남자가 칸씩 이동해 파트너를 교체하는 ‘로테이션’ 방식이었다. "파트너 체인지!"하고 선생님이 신호를 알렸다.

중간 휴식 배운 바차타는 살사보다 정적이었고, 앞뒤 대신 손을 잡고 옆으로 움직이며, 살사보다 스킨십이 많았다. 하지만 남자의 신호에 여자가 팔로우 한다는 틀은 동일했다.

 

동아리는 진행되었다. 토요일엔 생일 축하 시상 등의 이벤트가 있는 정기연습이 열리고, 월요일엔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수가 레벨로 묶여 수업을 듣고, 레벨 2개월 과정이 끝나면 라틴바에서 공연을 올렸다. 의상 컨셉은 공연을 하는 사람들끼리 정했다.

3레벨(6개월)’을 마치면 댄클을 졸업한다. 그렇게 졸업한 사람들은 성인을 대상으로 라틴 댄스 수업을 계속 듣거나, 후배 기수의 남녀 성비가 맞지 않을 헬퍼로 들어오기도 했다.

 

1교시, 2교시를 나누어 살사와 바차타를 배우며, 끝난 네다섯 명씩 랜덤으로 나뉘어 뒤풀이가 진행되었다. 뒷풀이가 끝나고 저녁 7시에는 희망자에 한해 수업을 듣던 라틴바에 입장했는데, 이를 '소셜 간다' 표현했다. 라틴바가 동아리에게 연습 공간을 제공하고 대관비를 할인해 주는 동아리를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소셜은 주말이면 7, 평일이면 월요일 수업이 끝난 직후인 9시에 열렸다. 당연히 소셜은 성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라틴바에 오는 사람 대부분은 40대였고, 그곳에서 20대는 우리 동아리 사람들 외에는 거의 없었다.

 

동아리를 하면서, 운영진들이 동아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동아리를 지속시키기 위해 여러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기로 기수가 바뀌는 것부터 시작해, 출석 일수가 부족하거나 실력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다음 레벨로 올라갈 없도록 되어 있었다.

뒷풀이는 대부분의 경우 랜덤으로 진행되어 동아리 구성원 간의 교류를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기수마다 대여섯 명씩 조가 구성되었으며 같이 사진 찍기, 소풍 가기, 조원들이랑 살사, 바차타 추기 등의 미션이 있었다. 가장 많은 미션을 달성한 조는 상을 주었다. 상은 대부분 라틴바 무료 입장권, 수업 수강 할인권, 카페 상품권 등이었다.

동아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익명으로 신고할 있는 링크가 있었고, 다같이 모이는 시간에 선생님이 이를 공지했다. “잘 씻어라”, “파트너가 거절했는데도 계속 신청하지 마라”, “땀이 많은 사람은 여벌 옷을 준비해달라” 같은 고충이 전달되었다.

정기연습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다. 매주 '‘신선한 가을룩’, ‘크리스마스 룩’ 드레스 코드를 지정해 투표를 통해 베스트 드레서를 뽑았다. 할로윈 때는 코스튬을 입고 할로윈 파티를 열고, 크리스마스에는 랜덤 선물 교환식을 진행했다. 춤과 관련된 잭앤질 대회나 장기자랑 이벤트도 있었다.

재밌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신입 부원이 줄어들고 사람들도 빠지자 이런 이벤트들이 점점 유명무실해진 점이 아쉬웠다.

 

소셜 댄스를 계속 배우면서, 남녀 간에 요구되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기본적인 운동 신경은 있다는 가정 하에 남자는 기억력 훈련이었고, 여자는 눈치 훈련이었다.

남자의 경우, 리드할 있는 동작이 다양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파트너의 손을 잡고 앞뒤로 움직이며 상대를 회전시킬 경우, 상대 손이 어디에 위치하게 되는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혼자 연습할 없어 더욱 어려웠다. 클래스를 듣고 연습해야지만 동작을 있었다.

반면 여자의 경우 수업을 듣지 않아도 소셜 참여하다 보면 웬만한 동작들은 있게 되었다. 남자들이 리드하는 하는 방식이 여러가지지만, 안에서 여자가 있는 동작은 한정되어 있었다. 여자의 경우 몇가지 중에어 어떤 턴이 요구되는지 알아차리는 관건이었고, 이상으로 발전하고 싶다면, 주어진 동작 안에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있는 스타일링을 연습하는 것이 중요했다.

 

소셜도 남자들은 나갈 이유가 적었다. 초보자여서 레퍼토리가 극히 적은 데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성분들과 춤추고 싶은 마음도 적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아는지 몇몇 여성들은 초보자인 같으면 몸을 휙돌려 거절하거나 춤추다 조금 실수해도 크게 기분 나쁜 티를 내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거울 "댄클 "에서 같은 댄클 사람들과 연습하는 시간을 보냈다. 반면 댄클 여자들은 이런 거부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지, 댄클 존과 일반 성인들이 춤추는 공간을 자유롭게 오갔다.

 

어느 날 무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자신을 지킬 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도와 주짓수는 실전성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복싱과 태권도 중에서는 발차기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 성인 태권도 도장에 등록했다. 사실 얼굴에 주먹이 날아오는 게 두려웠을 뿐일수도 있다.

 

태권도를 배우며 몸에 힘을 빼는 중요하다는 알았다. 헬스를 오래 해서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는 단점이었다. 타격의 순간에만 힘을 줘야 최대의 충격이 됐다. 품새 연습을 하며 빼는 법을 연습할 있었다. 다양한 발차기를 배운 것은 물론이다. 몸통 만을 타격 부위로 정해, 가벼운 겨루기도 경험해 있었다.

 

의외였던 , 성인 태권도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자 대학생들이라는 점이었다. 쉬는 시간에 둘러앉아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초등학교 시절, 학교 끝나고 태권도 학원에서 친구들을 만나던 같았다. 수업 끝난 모일 공간이 있다는 것이 편안해 보였다. 그래서 여자들이 많고 오래 다니는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6개월을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품새를 계속 배우는 것이 의미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달에 번씩 심사를 봐야 다음 진도를 배울 있다는 점도 답답했다. 아쉽지만 사범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킥복싱 도장에 등록했다.

 

킥복싱장은 태권도장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몸집이 크고 근육질인 사람들이 태권도장에선 없는 샌드백을 치고 있으니 위압감이 상당헀다. 다들 종합 격투기라도 준비하는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첫째 원투를 배우고, 둘째 바로 자진해서 스파링에 들어갔다. 스파링이 시작되자, 적어도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태권도 겨루기는 전혀 맞지 않구나 깨달았다. 태권도에선 발로만 상대를 맞추면 됐기에 거리를 두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킥복싱에선 상대가 주먹으로 얼굴을 맞추려고 계속 달려들었다. 상대가 봐준 덕에 대도 맞지 않았지만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무서운 한편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들었다.

 

킥복싱을 하면서 스파링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훈련의 모든 목적은 결국 스파링 잘하기 위해서이다. 태권도처럼 품새를 익히는 것도 아니니, 콤보가 즉흥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스파링의 재미는 유튜브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본 , 다음번에 바로 적용해 이전에 밀렸던 상대에게 우위를 점할 있다는 점이었다.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파링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대부분 서로 조절을 하므로 크게 다칠 일은 거의 없었다. 나는 살살 때리는 것도 무서워 때리기 직전에 힘을 빼고 얼굴을 살짝 미는 식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가끔 스파링을 세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본에서 마른 아저씨와 가라테를 배운 학생이 있었는데, 둘은 스파링할 때면 힘을 실어 쳤다. 심지어 둘보다 내가 체격이 약간 편이었는데도 말이다. 제대로 때리지 않는 태도를 보며, 그런 상대를 압도하는 자신에 도취된 것이겠지.

 

그들이 그렇게 힘을 주어 치는데, 나도 똑같이 맞받아쳤냐 하면… 아니었다. 스파링이라 해도 서로 냉정을 유지하면서 하는데, 서로 힘을 넣어 때리다가 열이 올라 스파링을 가장한 싸움으로 번질까 두려웠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화가 나고...

기회는 다음 회기 찾아왔다. 회원들끼리 돌아가며 미트를 잡아주며 발차기를 연습할 , 둘에게만큼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힘을 실어 발차기를 찼다. 허리를 돌려 최대한 충격이 전해지도록.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였다. 아니, 원래 내가 최선을 다해 연습을 해야 했던 거지. 소소한 복수였다.

 

이후 스파링 마주친 가라테 학생은 힘을 조절했지만 (중간에 잠깐 힘이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다), 마른 아저씨는 복수라도 하듯 미친 듯이 미들킥을 날렸다. 하지만 미들킥 가드 방법을 배운 뒤여서 막기는 쉬웠고, 글러브로 아저씨 얼굴을 맞추었다. 나머지 시간은 링을 천천히 원형으로 돌며 3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 공격이 되돌아 오니, 아저씨는 전과 달리 파고들지 못했다. 태권도 겨루기를 때도 초보자에게만 강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보다 부족한 초보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환상을 푸는 겠지. 자신은 이래야 한다는 이미지에 도취된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종종 꾸던 꿈의 내용이 바뀌었다로 어떤 사건이 생겨 누군가 나를 험담하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방법이 없어서 그냥 말없이 지나갈 뿐이었다.

영화에서처럼 보는 것처럼 실제 내용 그대로 회상하는 것도 아니고, 7 넘게 세부 내용만 매번 다르게 꾸는 의문이었는데, 어떤 사건이나 경험이  떠오르는 것은 무의식이 미해결된 과제를 처리하려는 시도라는 말을 듣고 납득이 됐다.

 

그런데 그날 꿈에서 나는 험담을 퍼붓는 사람에게 싸울 듯이 노골적으로 말대꾸하는 것이었다. '어쩔 건데? 덤빌려면 덤벼봐'라는 태도로. 비슷한 내용의 꿈을 , 주제로 꿈을 꾸는 일은 없게 됐다. 나는 과거 사람들이 나를 욕해도 대응할 힘도, 지위도, 인맥도 없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했다는 깨달았다.  세상에는 지위, 재력, 인맥, 육체적 다양한 힘이 존재한다. 누군가 하나로 상대를 무시한다면, 역시 다른 힘으로 사람을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 킥복싱을 하면서 체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20 후반인데도 키가 조금 자랐고, 뼈가 두꺼워졌다. 알아보니 뼈가 두꺼워지는 과정은 근육이 발달하는 과정과 동일하다고 한다. 웨이트를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지면서 근밀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샌드백을 정강이로 차면 뼈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서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골밀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볼프의 법칙). 키가 자란 이유는 늘어난 근육량과 뼈 무게를 견디기 위해라고 나름대로 추측했다.

 

킥복싱 도장에서 주짓수도 함께 가르치기에 8 정도 수업에 나가 봤다. 알아보니 실전에서 가장 강력한 무술은 주짓수라고 한다. 그레이시 가문이 주짓수를 홍보하기 위해 격투 대회에서 모두 주짓수가 우승했다고 한다. 타격도 없으니 킥복싱보다 쉬울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체격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체격을 어느 정도 극복할 있다는 뜻이지.  체격 차이가 많이 나는 상대에게 깔리면 아무것도 없었다. 기술을 걸어도 상대가 힘으로 풀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런 체격 차이를 극복하려면 상대 팔다리를 잡자마자 재빨리 기술을 걸어야 하는데, 그렇게 빠른 움직임을 하다 보니 실수로 상대를 치게 되곤 했다. 그러다 보면 빡센 스파링으로 이어질까 걱정됐다. 타격에 가까운 움직임도 존재했다. 주짓수에서는 기술을 풀기 위해 팔꿈치로 상대 허벅지 등을 짓누르는 행동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짓수 기술들은 혼자 연습할 수도 없었다. 상황에 맞춰 바로 기술을 떠올리고 습관처럼 사용하려면 시간이 걸릴 듯했다. 8 정도로 단정하긴 이르지만, 가장 강력한 무술일진 몰라도 일반인이 능숙해 지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느낌이었다.

 

한편 격투기를 배울수록 후두부 가격, 급소 공격, 썸밍 금지 공통된 룰이 있고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MMA 각각 세부 규칙에 따라 기본 스탠스가 달라지는 보고 실전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절대 싸우지 말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연약하고 괴한을 만나면 도망치거나 막대기 같은 도구를 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대학원 2년차, 코로나로 인한 3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대학원생 공부를 하는 한편 부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박사과정의 평균 졸업 기간이 5년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암울할 같았다. 다른 또래들은 취직해 돈을 벌고 있는데, 만약 학위 논문을 써낸다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을 앱으로 처리하는 언택트 사업이 뜨고, 주식과 코인이 급등해 급격히 부를 쌓은 사람들이 등장하며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 등의 키워드가 뜨는 시기이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자기계발 영상을 보다가 스마트 스토어, 퍼스널 브랜딩, 월 천 버는 자영업 같은 영상들을 접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들이는 노력을 조금만 생산성에 돌리면 쉽게 돈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가지 시도해 보고는 대부분 1, 2주도 안 되어 그만두었다.

 

스마트 스토어 유튜브 강의를 보고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중국 대량 구매 사이트에서 아이템을 가져와 복붙하는 방식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특별한 아이템을 소싱하려면 그 업체에 여러 번 찾아가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배송과 컴플레인 대응까지 혼자 처리하려면 대학원 생활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 판단했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게 내가 원하던 일이었는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외국어를 잘하니 번역을 해볼까 생각하며 번역되지 않은 짧은 책을 골라 혼자 초벌 번역을 시작했다. 책의 1/4 정도 초벌 번역을 진행했지만, 이미 읽은 책을 원문 뉘앙스까지 살리려면 초벌 번역 번은 검토해야 같았다.

번역본이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주식도 알아봤다. 지식을 얻으며 돈을 벌고 싶다면 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경제와 금융 지식을 쌓아도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한 , 투자를 통해 돈을 벌려면 공부가 아닌 리서치를 했어야 했다. 특정 종목이나 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찾는 . 그리고 이를 이미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공자도 아니면서, 그만큼의 노력을 투입한 것도 아니면서 근거로 이들처럼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학에서 4년간 공부했는데, 이렇게 지식으로 돈을 벌기가 힘든 걸까? 스스로도 지금까지 해온 대학 4년간의 공부는 왜 대단하게 치부하지 않는 걸까? 하지만 대학에서는 다양한 분야를 개략적으로 배우는 그쳤고, 지적 자산의 특성상 원리를 몰라도 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할 있었다. 그래도 대학에서 4년간 공부한 높게 평가해 사람이 있겠지 싶었지만, 그게 취업이었다.

 

그래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계속 자기계발 영상을 찾아보니 결국 가장 쉬운 버는 방법은 기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본업에서 익힌 스킬을 서비스로 제공하거나, 얻은 팁들을 강의로 만들어 상품으로 팔거나.

하지만 연구 분야인 AI 지엽적인 주제를 강의로 만들어도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명확했고, 기초 코딩 강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코딩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했다.

 

어느 하나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어느 하나 제대로 시도해 보지 않았지만, 경쟁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리라는 걸 깨달았다.

성공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관심 없을 때부터 계속 노력을 투자하며 운이 찾아오거나 실력이 쌓일 때까지 버텨 것이었다. 그렇게 버티다가 아이템 하나가 히트해서, 출판한 하나가 대박 나서, 유투브 영상 하나가 알고리즘을 타서 크게 대박나서 성공하는 것이었다.

물론 로또 당첨처럼 단기간에 성공하는 사례도 있지만, 그것들은 극소수이며 대개 년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새삼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몇 개월을 들여 명문 단편을 써내더라도, 그렇게 편을 쓰지 못하면 책으로 출판할 없다.

서점에서 하찮아 보이는 책들도 애초에 책을 낼 만큼의 분량을 써낸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인터넷 방송인들이 엽기적인 행동으로 쉽게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 개월간 지속해 시간과 노력을 떠올리면, 나로서는 도저히 없는 일이었다.

새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유를 조금은 같았다.

 

쉽게 돈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초기에 자기계발 유튜브 영상에서처럼, "대다수 사람들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 일단 ."라는 말이 맞는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돈을 있다고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이유는, 결국 많은 사람이 영상을 봐야 수익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유투브 알고리즘이 어느 순간부터 '돈을 좇으면 돈은 나를 피해 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쪽으로 바뀐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는 뜻일까.

가능성이 많으니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고 몇 년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좋아하고 평생 할 수 있을 만한 건 무엇인가? 나는  질문에 대답할 없었다.

친구가 음악방송 방청권에 당첨되어 처음으로 뮤직뱅크에 가보게 되었다. 어떻게 얻었냐고 물으니 뮤직뱅크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랜덤으로 뽑히기 때문에 계속 신청하다 보면 언젠가는 된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기숙학교를 다녀 금요일, 일요일이면 학교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갔는데, 그때마다 버스에선 아이돌 음악방송을 틀어주었다. 한동안 아이돌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 봤던 걸 7년 넘은 지금 현실에서 보게 된다니 감회가 깊었다.

 

내가 앉은 좌석은 무대를 정면으로 하고 오른쪽 두 번째 열 서너 번째 좌석이었다. 단차가 있는 좌석 덕분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었고 생각보다 무대와 거리가 가까웠다. 아이돌들의 표정과 누굴 보고 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돌들이 무대로 올라오기 전 대기하는 장소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좌석 바로 앞 공간을 통해 인터뷰하는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맨 앞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바로 앞에서 아이돌들을 보게 되는 것이었다. 어떤 공연을 가봤어도 출연자들을 이렇게 가까이 본 적은 없었다. 마냥 신기했다.

 

 

모두들 예쁘고 멋있었다. 하지만 이외로 떠오른 감정은 '댄스 동아리와 비슷하네'란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연예인이면 뭔가 오오라가 나오고, 사람들의 이목이 저절로 집중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물론 예쁘고 멋있었지만, 댄스 동아리에서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만 모아놓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직업만 다를 , 그들도 실제로는 평범한 20대들이었다. 하지만 그러자 이번엔 나와 다를 거 없이 보이는 이들이 사실 몇 억씩 버는 사람들이라는 걸 깨닫고 '아 다르긴 다르구나' 생각했다.

 

 

흔히 하는 질문이 문득 떠올랐다. “어떻게 저 어린 나이에 저만한 부를 얻을 수 있었을까?”

나도 주변 사람들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큰 돈을 벌 수 있는지, 아니, 뛰어나게 노력해 좋은 대기업에 취직하더라도 직장 생활을 오래해야 얻을 수 있는 정도의 돈을 어떻게 저 나이에 벌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로또 당첨 통계적으로 운에 의해 성공한 예외도 있지만 (그마저도 돈을 관리할 능력이 없으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성공은 대부분 투자한 노력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동아리 사람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문득 공연을 보면서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문득 예전에 봤던 시사 유튜버 슈카월드 JYP 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 떠올랐다. “어떻게 한국 아이돌이 세계적으로도 성공하고 유행할 있는지”에 관한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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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쉽게 말하면 케이팝의 가장 큰 힘은 ‘오버커미트먼트(헌신)’거든요. 이만큼 하면 되는 걸 이만큼 해요. 그러니까 팬들도 이만큼 해주시는 거죠.

슈카: 그거 야근 아닙니까, 야근?

박진영: 그렇죠. 예. 가수와 회사가 야근했더니 팬들도 야근해 주시는 거예요. 그게 바로 케이팝의 힘이에요.

슈카: 미국은 딱 할 만큼만 하고, 워라밸이 있잖아요.

박진영:. 그게 선진국의 워라밸인데,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분들이 완전히 팬들을 위한 오버커미트먼트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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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영상에서 자주 나오는 말처럼, 성공을 위해선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분야든 성공하는 길은 결국 원칙으로 귀결되었다.

 

같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혼자 완전히 자기 통제를 하긴 어렵지만,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힘들어도 연습에 나서게 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동안 그렇게 버틸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두가 그렇게 없다면, 결국 그런 사람들만 남게 되는 것이겠지. 격투기에서 팔다리가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 것처럼, 재능과 꾸준한 연습이 더해져. 인터뷰에서 “아이돌 케이팝을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연습생 시스템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쉽게 따라잡을 없다”라고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거기다 모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성공하면 가장 예쁘고 청춘을 즐길 때를 경제활동에 사용하니 그만큼 돈을 버는 겠지.

 

번도 이렇게 생각해 적이 없었다. 고등학생 때도 아이돌을 얕보는 듯한 대화가 들렸던 것은 역시 질투 때문이었겠지. 나도 그들처럼 생산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결심하더라도, 실제로 뭔가를 이루려면 한참 후가 것이다. 동안 버린 시간만큼. 그래도 한순간 마주친 것에 뭔가 좋은 기운을 얻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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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유니브 에세이 클래스에서  원고입니다. 코로나 거리두기  줌으로 비대면 진행하고, 어차피 아무도 모를  의지를 다지고자 약간 자신을 이상화함.  학기 정도 스터디 카페 열심히 다녔지만 다음 학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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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존감이 뭔지 진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그래요? 들려주세요.”

 

상담 5회차였다. 인간관계를 주제로 대화를 하다가 자존감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자존감은 자신의 사회 내에서 위치를 평가하는 본능적인 척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필연적으로 능력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꼭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거나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나는 이 면에서 특히 유별나다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외엔 자신이 목표를 향해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 목표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게, 어느 면에서 이미 달성한 것과 같은 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말이 쉽지, 목표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기 위해선 자신이 정말로 이것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확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안 되겠지, 한 번 해보고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란 생각을 갖고 있으면 어느 순간 그 정도만 노력하는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것도 유효기간이 있는 것 같아요. 전에 크게 뭔가를 달성한 경험이 있어도 시간이 흐르면 흐릿해지니까. 예전 고등학교 입학 때는 자존감 높았거든요. 입학 때는 공부 잘하는 편이었고. 근데 그 사건 이후 지금 상태인 것 보면….”

 

고등학교 2학년, 험담으로 시작된 내 루머는 어느새 전교에 퍼졌다. 기숙사 학교에서 루머는 입에서 입을 타고 같은 반 내에서 양옆 반, 학년 전체, 학교 전체 순으로 전염병처럼 퍼졌다. 그 이후 내 인생은 내리막길이었다. 사람들을 기피하고 누구와도 연관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스스로 방 안에 갇혀 지냈다.

 

그럼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나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해요. 아침 일어나서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고, 낮에 2시간 휴식하고 다시 스터디 카페. 밤엔 헬스장을 반복하고 있어요. 못 지키는 날도 많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니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에 충실한 느낌이에요.”

 

충만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쓸데없이 내 시간을 허투로 보내는 사람이 아닌, 내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일상을 하찮게 보내면 나 오늘 뭐했지?’란 생각이 들고, 이 생각은 자존감을 직접적으로 하락시켰다. 무엇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만 하던 예전의 나보단 건설적인 삶이었다.

 

그렇게 뭔가를 달성하는 것만이 자존감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상담사는 그런 나를 걱정하는 듯했다. 아마 목표 달성에만 집착하는 것이 지나친 물질주의적 생각이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반대로 낮게 보는 면이 있어, 그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해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는 건, 그 자체로 자존감을 구성하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원한다는 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걸 자존감의 근원으로 삼기엔... 중간에 헤어지거나 부모님 등에게 거부당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그것만으론 부족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럼 나쁜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자기발전, 혹은 관계에서의 수용. 이 두 가지가 자존감을 구성하는 유일한 것들 같았다.

사회 내에서 자신의 가치.

 

상담하면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능력, 달성이거든요. OO 씨는 유독 거기에 집착하는 것 같네요.”

 

문득 내가 상대적으로 인간관계에 약했기에 능력 면에 집착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무언가를 달성한다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좋다고도 생각되지 않거든요.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존감을 얻을 수 없을까요?”

 

음 부모님이요. 일단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마음을 나누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얘기하기엔....”

 

.. 그래요..”

 

부모님 외 다른 사람들은... 지난번 얘기한 것처럼 현재는 인간관계가 거의 단절되어 있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아야 하는데 그러자니 하고 있던 외부활동 다 코로나 3단계로 스탑됐고..”

 

“....”

 

침묵이 흘렀다.

 

그래도 지금이 코로나라서 그렇지, 코로나 끝나면 다시 활동 재개되니까 그때 인간관계에 좀 더 신경 쓰면 될 것 같아요. 지금은 모임도 금지되고 만날 사람도 없으니, 최대한 제 할 일에 신경 쓰는 게 지금 상황에서 제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인 것 같아요.”

 . OO 씨만 괜찮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처음 나간 모임에서 간단히 회식을 하게 되었다. 나는 여자 두 분과 함께 3명이서 앉게 되었다. 같은 모임이긴 해도 활동할 땐 말할 기회가 없어 초면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자 둘은 고등학교 때 친구라고 한다. 통성명, 학교, 가족관계, 모임 오게 된 이유 등 의례적인 정보 교환을 마치고 침묵이 흘렀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고민하다 새로운 질문으로 다른 화제를 꺼내려 했지만, 대화는 계속 끊기기 마련이었다.

 

짜증난 건 여자 두 분 중 한 명이 거의 말을 안 했다는 점이었다. 정보 교환을 하면서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사람이었는데, 무슨 얘기를 꺼내도 단답으로 끝내는 데다 내가 다른 한 명과 대화가 잘 이어질 때면 갑자기 친구에게 관심을 달라는 듯 말을 걸어 계속 대화가 끊겼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둘이서 그 주제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내심 짜증이 났다. 나도 대화를 이끌어내는 편은 아니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열심히 화제를 생각해가며 대화를 이으려 하는데, 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남자친구가 있다는 여자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일부러 방해하나? 친구 따라 왔지만 자신은 남자친구가 있으니 모임에서 다른 남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은 피하고 싶고, 그렇지만 친구가 다른 남자와 친해지는 모습은 보기 싫다는 심보일까? 본인은 거의 말을 하면서?

 

결국 나도 이상 얘기하지 않게 되었고, 화제는 같은 모임인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꺼낸 재미난 경험에 대한 리액션으로 흘러갔다. 모임이 끝나고 인사하고 헤어지긴 했다.

 

모임이 끝나고 약간 후회됐다. 내가 대화를 이끈 건지, 아니면 어쩔 없었던 건지... 누구나 화제에서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 힘들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다른 또래들에게 상담하면 어떤 반응을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뻔했다. 자기와 맞고 맞는 사람이 있으니 어쩔 없다고 생각하면서, 내심 웃고 즐길 있는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말은 그렇게 해도 자기 안에서의 평가는 냉정한 편이었다. 남자나 여자나. 대화를 이끌어 가지 못하는 콤플렉스였다.

 

비슷한 상황이 다른 모임에서 연출되었다. 나를 포함해 남자 , 여자 명이서 앉게 되었는데, 어떤 질문을 하거나 화제를 꺼내도 여자 모두 단답으로 말이 끊겼다. 내성적인 성격인 것을 감안해도 이상할 정도로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 친하지 않은 사이는 남녀관계로 생각되어 그런가…

 

내심 짜증이 말을 건네지 않기 시작했다. 이외였던 같이 앉은 남자애였다. 끊임없이 화제를 꺼내고 분위기를 바꾸려는 모습에 감탄했다. 계속 얘기하고 농담을 해서 웃겼어도, 둘은 다시 원래대로 침묵하기 마련이었다. 계속 여자 둘에게만 질문하면 어색하니, 나에게 먼저 질문하고 대답은 대충 듣고 바로 여자들에게 건네는 보였다. 그래도 이렇게 침묵이 흐르는 것보단 나았다.

 

나는 사실상 포기 상태였다. 애초에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닌 데다, 어떤 얘기를 해도 차갑게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에 감정이 상했다. 완전히 면접보는 느낌이지 않은가? 친해지려고 아니라 “일단 네가 어떤 사람인지 보겠다”는 듯한 눈빛에, 지금 상황이 사실상 소개팅 비슷한 상황이라는 이해했다.

 

그런데 어느샌가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그 남자애의 끈기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여자애 명과 남자애만 거의 대화를 했지만, 처음의 그 분위기에서 지금 상황으로 바뀔 있다고는 생각도 했다. 이건 진짜 내가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알게 것이지만, 둘은 나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호감이었던 같다. 같이 걸으며 대화해도 어색하지 않았던 보면… 둘은 정말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것이다. 한명은 특히 심히 내성적일 정도로. 애초에 대화가 필요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남자애와 여자애는 연락처를 교환하고 연락하는 사이가 된 것 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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