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 10월이 되었고, 동아리는 11 정기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같이 연습실 바닥에 앉아 리허설을 보던 , 연미가 앞에 앉었다. 연미는 같은 힙합 동기로, 이전에 외부 리허설 장소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쳐 전공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후로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는데, 그날 연미가 아빠다리한 정강이에 살짝 등을 기댔다. 전해지는 체온에 열이 있어 혹시 감기에 걸린건가 싶었다. 괜히 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날 이후, 연습 연미와 눈이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팀장도 이를 눈치챈 듯했다. 연미의 안무를 지적했고, 연미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팀장은 그동안 연미가 내성적이지만 묵묵히 연습에 참여해 만큼 크게 뭐라고 적이 없었다. 팀장으로서 당연히 있는 말이기는 했지만, 평소에는 아무 없다가 이러는 행동이 눈에 띄었다. 예전 주하가 지각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지각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다가, 나와 자주 겹치는 일이 생기니 갑자기 " 지각했니?" 하고 짚고 넘어갔다. 뭐라 하기도 애매했고, 단지 그것뿐이니 큰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호감은 시간과 함께 점점 쌓였다. 어느 , 서로 안색을 살피다가 갑작스럽게 눈이 마주쳤고, 풋풋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렇게 연미와 사귀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내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을 팀장이 얘들에게 뭔가 주문사항을 전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이내 음악이 흐르며 단체 안무가 시작되었고, 바로 앞에서 팀장이 내게 "!" 하고 소리쳤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한 그대로 안무를 이어갔다. 곡이 끝나고 나자, 팀장이 앞에 있었다.

 

너무 화가 나면 신경이 근육에 집중된다는 그때 깨달았다. 화를 내려고 해도 말이 나오지 않고, 몸이 떨렸다. 머릿속에는 ‘이대로 칠지 말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동안 노려보다가 그냥 앉아 분노를 삭였다. 큰일 없이 동아리 생활을 계속하려면 내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는 팀장은 남은 시간 동안 태연하게 웃고 떠들며 연습을 진행했다. 이제 시원한가 보다.

 

갑자기 이런 행동이 나온 것이 아니다. 이전에도 단체 연습 흘리듯 반말을 적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러니 이번에 대놓고 "!"라고 소리친 것이다. 하필 오늘 이런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내가 행복해 보이는 꼴보기 싫은 것이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점은, 이렇게까지 뭔가 없었던 적 없었는데 애만이렇게까지 하느냐였다. 시선만 주고받다 흐지부지된 일이 한두 번이 아니고, 3개월 쯤을 마지막으로 내게 호감이 있는 눈치도 없었다. 팀장이 다른 사람과 데이트를 하고 듯한 날도 있었는데, 이제 와서 저러는 건가?

 

봐도 뻔했다. 마나 평소 저런 방식으로 호감을 얻어왔을 것이다. 그러고는 썸 타다가 마음에 들면 어느 순간 우위에 관심 없는 태도를 취하며 관계를 끊었는데, 이번엔 얼핏 자신이 그 반대 입장이 된 거 같으니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거다. 자신한테 대시하던 남자들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으면. 결코 나를 좋아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의 위치의 문제이다.

 

정기공연 연습이 진행되면서 팀장은 계속해서 안무 수정 사항을 주문했다.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공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앞사람에게 말해서 알아서 전달되길 바라는 식이었다. 반영되지 않으면 연습 도중 "뇌에 힘줘", "그것도 ?" 같은 말을 했다. 처음엔 모두가 팀장의 말을 따르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듣는 마는 했다.

 

정기공연 마지막 연습이 끝나고, 팀장이 차분한 말투로 "혹시 하고 싶은 있으면 하고 가자"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불만을 듣고, 미안하다고 하는 그림을 생각했던 같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그냥 끝나는 듯하자 팀장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울지 ~" 하며 팀장을 달래는 애들도 있었지만, 나는 도저히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다. 어떤 말도 없이 단지 눈물을 보이는 대체 무슨 연유인가?

 

정기공연이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은 직후, 팀장이 떠나려던 나를 불렀다. 타이밍과 분위기 때문에, ‘야!’라고 소리친 것에 대해 사과하려는 알았다. 'OO 수고했습니다.'라고 말해서 ''라고 대답하고 (말을 놓지 않았었다)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팀장은 ''ㅇㅇ님 수고했죠~? 수고했죠~~?' 라고 말했다. 직접 말로 사과하긴 싫으니, 눈치껏 알아서 알아먹으라는 뜻이다. 질린듯이 '네에에~ 네에에' 대답하고 떠났다. 자기가 나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저런 행동이 나오는 거다.

 

후로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8개월 후 2학기 동아리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힙합 장르끼리 가벼운 댄스 배틀을 팀장이 심판을 맡게 되었다. 나는 흑발의 신입생 여자애와 같은 팀이 되어 같이 연습했지만 본선 1차에서 탈락했다.

 

배틀이 끝난 , 팀장은 특별상을 사람을 찾다가 다른 흑발 신입생에게 다가가 뭔가를 물었다. 그러나 애가 " 본선 진출 했는데요?"라고 답하자, 팀장은 순간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신입생들 얼굴이 아직 익숙치 않아서~"라고 얼버무렸지만, 착각할 없었다. 원래 상을 주려던 금발로 염색한 다른 신입생이었다.

 

나와 함께 연습한 애가 나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자 애를 멕이려 하다가, 비슷한 사람을 착각했다. 특별상을 일부러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행동도 이번이 번째였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상대가 얼핏 기대하는 표정을 즐기는 것이 틀림없다.

 

어우. 으으으으으으..!

 

분명 이런 애들이 나중에 성격 이상한 여자 상사가 된다. 결코 지인으로도 엮이고 싶지 않은 성격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