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무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자신을 지킬 줄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도와 주짓수는 실전성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복싱과 태권도 중에서는 발차기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 성인 태권도 도장에 등록했다. 사실 얼굴에 주먹이 날아오는 게 두려웠을 뿐일수도 있다.

 

태권도를 배우며 몸에 힘을 빼는 중요하다는 알았다. 헬스를 오래 해서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는 단점이었다. 타격의 순간에만 힘을 줘야 최대의 충격이 됐다. 품새 연습을 하며 빼는 법을 연습할 있었다. 다양한 발차기를 배운 것은 물론이다. 몸통 만을 타격 부위로 정해, 가벼운 겨루기도 경험해 있었다.

 

의외였던 , 성인 태권도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자 대학생들이라는 점이었다. 쉬는 시간에 둘러앉아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초등학교 시절, 학교 끝나고 태권도 학원에서 친구들을 만나던 같았다. 수업 끝난 모일 공간이 있다는 것이 편안해 보였다. 그래서 여자들이 많고 오래 다니는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게 6개월을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품새를 계속 배우는 것이 의미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달에 번씩 심사를 봐야 다음 진도를 배울 있다는 점도 답답했다. 아쉽지만 사범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킥복싱 도장에 등록했다.

 

킥복싱장은 태권도장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몸집이 크고 근육질인 사람들이 태권도장에선 없는 샌드백을 치고 있으니 위압감이 상당헀다. 다들 종합 격투기라도 준비하는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첫째 원투를 배우고, 둘째 바로 자진해서 스파링에 들어갔다. 스파링이 시작되자, 적어도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태권도 겨루기는 전혀 맞지 않구나 깨달았다. 태권도에선 발로만 상대를 맞추면 됐기에 거리를 두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킥복싱에선 상대가 주먹으로 얼굴을 맞추려고 계속 달려들었다. 상대가 봐준 덕에 대도 맞지 않았지만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무서운 한편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들었다.

 

킥복싱을 하면서 스파링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훈련의 모든 목적은 결국 스파링 잘하기 위해서이다. 태권도처럼 품새를 익히는 것도 아니니, 콤보가 즉흥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스파링의 재미는 유튜브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본 , 다음번에 바로 적용해 이전에 밀렸던 상대에게 우위를 점할 있다는 점이었다.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파링은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대부분 서로 조절을 하므로 크게 다칠 일은 거의 없었다. 나는 살살 때리는 것도 무서워 때리기 직전에 힘을 빼고 얼굴을 살짝 미는 식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가끔 스파링을 세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본에서 마른 아저씨와 가라테를 배운 학생이 있었는데, 둘은 스파링할 때면 힘을 실어 쳤다. 심지어 둘보다 내가 체격이 약간 편이었는데도 말이다. 제대로 때리지 않는 태도를 보며, 그런 상대를 압도하는 자신에 도취된 것이겠지.

 

그들이 그렇게 힘을 주어 치는데, 나도 똑같이 맞받아쳤냐 하면… 아니었다. 스파링이라 해도 서로 냉정을 유지하면서 하는데, 서로 힘을 넣어 때리다가 열이 올라 스파링을 가장한 싸움으로 번질까 두려웠다.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화가 나고...

기회는 다음 회기 찾아왔다. 회원들끼리 돌아가며 미트를 잡아주며 발차기를 연습할 , 둘에게만큼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힘을 실어 발차기를 찼다. 허리를 돌려 최대한 충격이 전해지도록.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였다. 아니, 원래 내가 최선을 다해 연습을 해야 했던 거지. 소소한 복수였다.

 

이후 스파링 마주친 가라테 학생은 힘을 조절했지만 (중간에 잠깐 힘이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일부러 그랬을 수도 있다), 마른 아저씨는 복수라도 하듯 미친 듯이 미들킥을 날렸다. 하지만 미들킥 가드 방법을 배운 뒤여서 막기는 쉬웠고, 글러브로 아저씨 얼굴을 맞추었다. 나머지 시간은 링을 천천히 원형으로 돌며 3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 공격이 되돌아 오니, 아저씨는 전과 달리 파고들지 못했다. 태권도 겨루기를 때도 초보자에게만 강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보다 부족한 초보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환상을 푸는 겠지. 자신은 이래야 한다는 이미지에 도취된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종종 꾸던 꿈의 내용이 바뀌었다로 어떤 사건이 생겨 누군가 나를 험담하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방법이 없어서 그냥 말없이 지나갈 뿐이었다.

영화에서처럼 보는 것처럼 실제 내용 그대로 회상하는 것도 아니고, 7 넘게 세부 내용만 매번 다르게 꾸는 의문이었는데, 어떤 사건이나 경험이  떠오르는 것은 무의식이 미해결된 과제를 처리하려는 시도라는 말을 듣고 납득이 됐다.

 

그런데 그날 꿈에서 나는 험담을 퍼붓는 사람에게 싸울 듯이 노골적으로 말대꾸하는 것이었다. '어쩔 건데? 덤빌려면 덤벼봐'라는 태도로. 비슷한 내용의 꿈을 , 주제로 꿈을 꾸는 일은 없게 됐다. 나는 과거 사람들이 나를 욕해도 대응할 힘도, 지위도, 인맥도 없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했다는 깨달았다.  세상에는 지위, 재력, 인맥, 육체적 다양한 힘이 존재한다. 누군가 하나로 상대를 무시한다면, 역시 다른 힘으로 사람을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한 , 킥복싱을 하면서 체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20 후반인데도 키가 조금 자랐고, 뼈가 두꺼워졌다. 알아보니 뼈가 두꺼워지는 과정은 근육이 발달하는 과정과 동일하다고 한다. 웨이트를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지면서 근밀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샌드백을 정강이로 차면 뼈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서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골밀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볼프의 법칙). 키가 자란 이유는 늘어난 근육량과 뼈 무게를 견디기 위해라고 나름대로 추측했다.

 

킥복싱 도장에서 주짓수도 함께 가르치기에 8 정도 수업에 나가 봤다. 알아보니 실전에서 가장 강력한 무술은 주짓수라고 한다. 그레이시 가문이 주짓수를 홍보하기 위해 격투 대회에서 모두 주짓수가 우승했다고 한다. 타격도 없으니 킥복싱보다 쉬울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체격의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체격을 어느 정도 극복할 있다는 뜻이지.  체격 차이가 많이 나는 상대에게 깔리면 아무것도 없었다. 기술을 걸어도 상대가 힘으로 풀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런 체격 차이를 극복하려면 상대 팔다리를 잡자마자 재빨리 기술을 걸어야 하는데, 그렇게 빠른 움직임을 하다 보니 실수로 상대를 치게 되곤 했다. 그러다 보면 빡센 스파링으로 이어질까 걱정됐다. 타격에 가까운 움직임도 존재했다. 주짓수에서는 기술을 풀기 위해 팔꿈치로 상대 허벅지 등을 짓누르는 행동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짓수 기술들은 혼자 연습할 수도 없었다. 상황에 맞춰 바로 기술을 떠올리고 습관처럼 사용하려면 시간이 걸릴 듯했다. 8 정도로 단정하긴 이르지만, 가장 강력한 무술일진 몰라도 일반인이 능숙해 지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느낌이었다.

 

한편 격투기를 배울수록 후두부 가격, 급소 공격, 썸밍 금지 공통된 룰이 있고 복싱, 킥복싱, 무에타이, MMA 각각 세부 규칙에 따라 기본 스탠스가 달라지는 보고 실전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절대 싸우지 말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연약하고 괴한을 만나면 도망치거나 막대기 같은 도구를 드는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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