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음악방송 방청권에 당첨되어 처음으로 뮤직뱅크에 가보게 되었다. 어떻게 얻었냐고 물으니 뮤직뱅크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랜덤으로 뽑히기 때문에 계속 신청하다 보면 언젠가는 된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기숙학교를 다녀 금요일, 일요일이면 학교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집에 갔는데, 그때마다 버스에선 아이돌 음악방송을 틀어주었다. 한동안 아이돌에 빠지기도 했다. 그때 봤던 걸 7년 넘은 지금 현실에서 보게 된다니 감회가 깊었다.

 

내가 앉은 좌석은 무대를 정면으로 하고 오른쪽 두 번째 열 서너 번째 좌석이었다. 단차가 있는 좌석 덕분에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었고 생각보다 무대와 거리가 가까웠다. 아이돌들의 표정과 누굴 보고 있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돌들이 무대로 올라오기 전 대기하는 장소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좌석 바로 앞 공간을 통해 인터뷰하는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맨 앞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바로 앞에서 아이돌들을 보게 되는 것이었다. 어떤 공연을 가봤어도 출연자들을 이렇게 가까이 본 적은 없었다. 마냥 신기했다.

 

 

모두들 예쁘고 멋있었다. 하지만 이외로 떠오른 감정은 '댄스 동아리와 비슷하네'란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연예인이면 뭔가 오오라가 나오고, 사람들의 이목이 저절로 집중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물론 예쁘고 멋있었지만, 댄스 동아리에서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만 모아놓으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직업만 다를 , 그들도 실제로는 평범한 20대들이었다. 하지만 그러자 이번엔 나와 다를 거 없이 보이는 이들이 사실 몇 억씩 버는 사람들이라는 걸 깨닫고 '아 다르긴 다르구나' 생각했다.

 

 

흔히 하는 질문이 문득 떠올랐다. “어떻게 저 어린 나이에 저만한 부를 얻을 수 있었을까?”

나도 주변 사람들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큰 돈을 벌 수 있는지, 아니, 뛰어나게 노력해 좋은 대기업에 취직하더라도 직장 생활을 오래해야 얻을 수 있는 정도의 돈을 어떻게 저 나이에 벌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로또 당첨 통계적으로 운에 의해 성공한 예외도 있지만 (그마저도 돈을 관리할 능력이 없으면 금방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성공은 대부분 투자한 노력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동아리 사람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문득 공연을 보면서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문득 예전에 봤던 시사 유튜버 슈카월드 JYP 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 떠올랐다. “어떻게 한국 아이돌이 세계적으로도 성공하고 유행할 있는지”에 관한 대화였다.

 

'''

박진영: 쉽게 말하면 케이팝의 가장 큰 힘은 ‘오버커미트먼트(헌신)’거든요. 이만큼 하면 되는 걸 이만큼 해요. 그러니까 팬들도 이만큼 해주시는 거죠.

슈카: 그거 야근 아닙니까, 야근?

박진영: 그렇죠. 예. 가수와 회사가 야근했더니 팬들도 야근해 주시는 거예요. 그게 바로 케이팝의 힘이에요.

슈카: 미국은 딱 할 만큼만 하고, 워라밸이 있잖아요.

박진영:. 그게 선진국의 워라밸인데,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분들이 완전히 팬들을 위한 오버커미트먼트를 하죠.

'''

 

자기계발 영상에서 자주 나오는 말처럼, 성공을 위해선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분야든 성공하는 길은 결국 원칙으로 귀결되었다.

 

같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혼자 완전히 자기 통제를 하긴 어렵지만,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힘들어도 연습에 나서게 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동안 그렇게 버틸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두가 그렇게 없다면, 결국 그런 사람들만 남게 되는 것이겠지. 격투기에서 팔다리가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 것처럼, 재능과 꾸준한 연습이 더해져. 인터뷰에서 “아이돌 케이팝을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연습생 시스템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쉽게 따라잡을 없다”라고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 거기다 모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성공하면 가장 예쁘고 청춘을 즐길 때를 경제활동에 사용하니 그만큼 돈을 버는 겠지.

 

번도 이렇게 생각해 적이 없었다. 고등학생 때도 아이돌을 얕보는 듯한 대화가 들렸던 것은 역시 질투 때문이었겠지. 나도 그들처럼 생산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결심하더라도, 실제로 뭔가를 이루려면 한참 후가 것이다. 동안 버린 시간만큼. 그래도 한순간 마주친 것에 뭔가 좋은 기운을 얻은 느낌이 들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