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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유니브 에세이 클래스에서  원고입니다. 코로나 거리두기  줌으로 비대면 진행하고, 어차피 아무도 모를  의지를 다지고자 약간 자신을 이상화함.  학기 정도 스터디 카페 열심히 다녔지만 다음 학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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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존감이 뭔지 진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있어요.”

 

그래요? 들려주세요.”

 

상담 5회차였다. 인간관계를 주제로 대화를 하다가 자존감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자존감은 자신의 사회 내에서 위치를 평가하는 본능적인 척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필연적으로 능력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꼭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거나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나는 이 면에서 특히 유별나다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외엔 자신이 목표를 향해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 목표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게, 어느 면에서 이미 달성한 것과 같은 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말이 쉽지, 목표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기 위해선 자신이 정말로 이것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확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안 되겠지, 한 번 해보고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란 생각을 갖고 있으면 어느 순간 그 정도만 노력하는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것도 유효기간이 있는 것 같아요. 전에 크게 뭔가를 달성한 경험이 있어도 시간이 흐르면 흐릿해지니까. 예전 고등학교 입학 때는 자존감 높았거든요. 입학 때는 공부 잘하는 편이었고. 근데 그 사건 이후 지금 상태인 것 보면….”

 

고등학교 2학년, 험담으로 시작된 내 루머는 어느새 전교에 퍼졌다. 기숙사 학교에서 루머는 입에서 입을 타고 같은 반 내에서 양옆 반, 학년 전체, 학교 전체 순으로 전염병처럼 퍼졌다. 그 이후 내 인생은 내리막길이었다. 사람들을 기피하고 누구와도 연관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스스로 방 안에 갇혀 지냈다.

 

그럼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나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해요. 아침 일어나서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하고, 낮에 2시간 휴식하고 다시 스터디 카페. 밤엔 헬스장을 반복하고 있어요. 못 지키는 날도 많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니 자존감이 높아지고 삶에 충실한 느낌이에요.”

 

충만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쓸데없이 내 시간을 허투로 보내는 사람이 아닌, 내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일상을 하찮게 보내면 나 오늘 뭐했지?’란 생각이 들고, 이 생각은 자존감을 직접적으로 하락시켰다. 무엇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만 하던 예전의 나보단 건설적인 삶이었다.

 

그렇게 뭔가를 달성하는 것만이 자존감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일까요?”

 

상담사는 그런 나를 걱정하는 듯했다. 아마 목표 달성에만 집착하는 것이 지나친 물질주의적 생각이라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반대로 낮게 보는 면이 있어, 그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안 해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는 건, 그 자체로 자존감을 구성하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원한다는 게 직접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걸 자존감의 근원으로 삼기엔... 중간에 헤어지거나 부모님 등에게 거부당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그것만으론 부족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럼 나쁜 생각 밖에 안 들어요."

 

자기발전, 혹은 관계에서의 수용. 이 두 가지가 자존감을 구성하는 유일한 것들 같았다.

사회 내에서 자신의 가치.

 

상담하면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능력, 달성이거든요. OO 씨는 유독 거기에 집착하는 것 같네요.”

 

문득 내가 상대적으로 인간관계에 약했기에 능력 면에 집착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무언가를 달성한다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좋다고도 생각되지 않거든요.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존감을 얻을 수 없을까요?”

 

음 부모님이요. 일단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마음을 나누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얘기하기엔....”

 

.. 그래요..”

 

부모님 외 다른 사람들은... 지난번 얘기한 것처럼 현재는 인간관계가 거의 단절되어 있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쌓아야 하는데 그러자니 하고 있던 외부활동 다 코로나 3단계로 스탑됐고..”

 

“....”

 

침묵이 흘렀다.

 

그래도 지금이 코로나라서 그렇지, 코로나 끝나면 다시 활동 재개되니까 그때 인간관계에 좀 더 신경 쓰면 될 것 같아요. 지금은 모임도 금지되고 만날 사람도 없으니, 최대한 제 할 일에 신경 쓰는 게 지금 상황에서 제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인 것 같아요.”

 . OO 씨만 괜찮다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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