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2년차, 코로나로 인한 3차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대학원생 공부를 하는 한편 부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박사과정의 평균 졸업 기간이 5년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암울할 것 같았다. 다른 또래들은 취직해 돈을 벌고 있는데, 만약 학위 논문을 못 써낸다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을 앱으로 처리하는 언택트 사업이 뜨고, 주식과 코인이 급등해 급격히 부를 쌓은 사람들이 등장하며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 등의 키워드가 뜨는 시기이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자기계발 영상을 보다가 스마트 스토어, 퍼스널 브랜딩, 월 천 버는 자영업 같은 영상들을 접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들이는 노력을 조금만 생산성에 돌리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가지 시도해 보고는 대부분 1, 2주도 안 되어 그만두었다.
스마트 스토어 유튜브 강의를 보고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중국 대량 구매 사이트에서 아이템을 가져와 복붙하는 방식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특별한 아이템을 소싱하려면 그 업체에 여러 번 찾아가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배송과 컴플레인 대응까지 혼자 처리하려면 대학원 생활에 지장이 생길 것이라 판단했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게 내가 원하던 일이었는가라는 의문도 들었다.
외국어를 잘하니 번역을 해볼까 생각하며 번역되지 않은 짧은 책을 골라 혼자 초벌 번역을 시작했다. 책의 1/4 정도 초벌 번역을 진행했지만, 이미 두 번 읽은 책을 원문 뉘앙스까지 살리려면 초벌 번역 후 두 번은 더 검토해야 할 것 같았다.
번역본이 잘 팔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주식도 알아봤다. 지식을 얻으며 돈을 벌고 싶다면 이 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경제와 금융 지식을 쌓아도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당연한 게, 투자를 통해 돈을 벌려면 공부가 아닌 리서치를 했어야 했다. 특정 종목이나 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를 찾는 것. 그리고 이를 이미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공자도 아니면서, 그만큼의 노력을 투입한 것도 아니면서 뭘 근거로 이들처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학에서 4년간 공부했는데, 왜 이렇게 지식으로 돈을 벌기가 힘든 걸까? 나 스스로도 왜 지금까지 해온 대학 4년간의 공부는 왜 대단하게 치부하지 않는 걸까? 하지만 대학에서는 다양한 분야를 개략적으로 배우는 데 그쳤고, 지적 자산의 특성상 원리를 몰라도 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도 대학에서 4년간 공부한 걸 높게 평가해 줄 사람이 있겠지 싶었지만, 그게 취업이었다.
그래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계속 자기계발 영상을 찾아보니 결국 가장 쉬운 돈 버는 방법은 기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본업에서 익힌 스킬을 서비스로 제공하거나, 얻은 팁들을 강의로 만들어 상품으로 팔거나.
하지만 내 연구 분야인 AI의 지엽적인 주제를 강의로 만들어도 볼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명확했고, 기초 코딩 강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코딩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했다.
어느 하나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어느 하나 제대로 시도해 보지도 않았지만, 경쟁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리라는 걸 깨달았다.
성공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관심 없을 때부터 계속 노력을 투자하며 운이 찾아오거나 실력이 쌓일 때까지 버텨 온 것이었다. 그렇게 버티다가 아이템 하나가 히트해서, 출판한 책 중 하나가 대박 나서, 유투브 영상 하나가 알고리즘을 타서 크게 대박나서 성공하는 것이었다.
물론 로또 당첨처럼 단기간에 성공하는 사례도 있지만, 그것들은 극소수이며 대개 몇 년간의 노력이 필요했다.
새삼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몇 개월을 들여 명문 단편을 써내더라도, 그렇게 몇 편을 쓰지 못하면 책으로 출판할 수 없다.
서점에서 하찮아 보이는 책들도 애초에 책을 낼 만큼의 분량을 써낸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인터넷 방송인들이 엽기적인 행동으로 쉽게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 몇 개월간 지속해 온 시간과 노력을 떠올리면,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새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초기에 본 자기계발 유튜브 영상에서처럼, "대다수 사람들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 일단 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이유는, 결국 많은 사람이 그 영상을 봐야 수익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유투브 알고리즘이 어느 순간부터 '돈을 좇으면 돈은 나를 피해 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쪽으로 바뀐 거 보면 그래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는 뜻일까.
가능성이 많으니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모든 것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하나의 분야에 집중하고 몇 년간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좋아하고 평생 할 수 있을 만한 건 무엇인가?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