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모임 경험으로 사회성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연애였다. 사교 댄스 동아리인 만큼, 동아리가 생긴 후 1년 동안 공식적으로 생긴 커플만 해도 스무 쌍이나 된다고 한다.

 

그간 이성관계에 대해 깨달은 건 다음과 같았다. 같은 단톡방에 있다고 무턱대고 문자를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오프라인에서 마주칠 있는데, 카톡으로 먼저 친해진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순서가 반대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크게 이어질 일도 없이 읽씹으로 끊겨버리기 쉽다.

충분히 친해진 거 같아도 어느 문득 연락이 끊길 있다. 이미 연락하고 있는 사람이 넘쳐나 그럴거라 짐작했다. 내가 재밌는 편도 아니었고, 딱히 사귈 것도 아니니 카톡만 이어가는 의미 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어차피 새로운 가면 대시하는 사람은 계속 생길 테니.

 

게다가 남자들한테 호감을 받은 자랑으로 여기는 여자들도 있는 같았다. 대시하는 남자이기에 이런 사람들은 드러나지도 않는다. 보낸 메시지는 틀리면 무기가 된다. 여자들의 정복욕을 믿었다. 댄클에서 또래 친구가 '남자들은 총알이 밖에 없는 같아'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이리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직 충분히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카톡으로든 번따로든 대시하면 안 된다 생각했다. 모두가 보는데서 행동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충분히 관계의 진전을 인식시켜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게 유일한 진실이다. 개연성이 가장 중요하다.

 

잘생기고 인기 있는 유투버가 얼핏 호감 있는 사람과 라이브 방송에서 친해지려 하는 걸 보고, '나라면 사적 자리 공적 자리 완전히 구분하고 공개된 데에서 저렇게 안 할 텐데' 의문이 들다가 깨닫게 된 것이었다.

같이 지내면서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지, 이 사람도 나를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주변 사람들도 납득할 정도 서로 호감이 쌓였을 때 대시하는 것. 그게 기본 방침이었다. 애초에, 원래 관계라는 건 그렇게 자연스럽게 발전해 나가는 것이었다.

 

댄클 수업 첫날, 강사님을 안에 두고 둘러선 로테이션으로 파트너를 바꿔가며 연습할 , 처음 슈가를 보았다. 같이 동작을 맞춰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슈가는 양손을 내려놓고 가만히 서서 나를 지켜보기만 했다.

 

‘뭐지? 내가 잘못했나? 그런데 오늘 처음 보는데…?

 

당황해서 나도 가만히 있다가 시간이 흘러 파트너가 바뀌었다. 의문이 들어 수업을 하는 동안 슈가를 살펴보니, 슈가는 다른 남자들에게도 똑같이 양손을 내려놓은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남자들은 당황했다.

 

'...애 봐라'

다시 슈가와 파트너가 됐을 , 이번엔 나도 차렷 자세로 그냥 서 있었다. 그러자 슈가가 슬쩍 손을 내밀었고, 나는 연습하자는 뜻인가 싶어 홀딩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슈가는 다시 손을 서서히 내리는 것이었다. 내리려던 손을 그냥 잡아챘다. 혹시 강사님이 보고 문제가 되면 '"얘가 수업시간인데 손을 안 잡으려 하자나요. 남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일러야지 대비책이 있어서 가능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슈가는 손을 빼려 하지 않았고, 그대로 같이 동작을 연습했다. 그 뒤로도 슈가는 나와 파트너가 될 떄면 순수히 손을 내주었다. 여전히 슈가가 파트너가 되면 당황하는 남자애들이 있었만. 슈가와 손을 잡는 다른 얘들은 "연습 시간인데 연습 안 할 건가요" 식으로 정중하게 말했나? 그렇게 생각하면 그게 좋은 방법인 같았다.

 

그런데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게, 슈가의 눈빛에 악의가 없었다.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이 쳐다보는 게 상대의 반응을 보고 장난 치는 것 같기도 했다. 남녀 상관 없이 동기 모두에게 말을 걸고 성격도 순한 편이라는 게 느껴져, 같은 동기 남자들 대다수가 슈가를 좋아할 정도로 호감이 몰렸었다.

 

나도 슈가에게 호감이 있었다. 다른 사람과 파트너가 되었을 가끔 슈가가 나를 슬쩍 쳐다보는 보면, 슈가도 내게 작은 호감이 있다고 생각헀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슈가에게 다가가 지속적으로 말을 걸고 대화를 유도하지 못하는 아쉬웠지만, 내가 있는 것들을 했다.

아리 뒤풀이에서 메뉴 정할 “탕수육 먹고 싶은 사람―깐풍기 먹고 싶은 사람―” 이렇게 투표하던 와중에, 슈가가 “꿔바로우 먹고 싶은 사람은 없어?”라고 말하자 아무도 손을 들지 않길래, 내가 뒤늦게 손을 번쩍 들며 “사실 나도 꿔바로우가 먹고 싶어.”라고 말했다.

슈가와 파트너가 어느 , 잡은 손을 상대 머리 위로 넘기는 '깔리시아'라는 동작을 연습할 , 슈가 머리를 살짝 쓰다듬는 것처럼 동작을 하다가 슈가 손을 그대로 머리 위에 올려 놓았다.

그때마다 웃는 거 보면 나름 효과가 있었던 같다. 니면 내성적인 사람이 가끔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웃겼을 수도 있다. 그러면서 종종 파트너가 아닐 때도 서로 쳐다보는 일이 잦아졌다. 슈가는 적어도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에서는 내게 제일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슈가에게 고백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는 됐다고 생각했다.

 

동아리를 시작한 어느덧 달이 지났다. 우리 기수의 절반 정도가 그만뒀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동작이 점점 어려워지고, 때마다 인원이 절반씩 줄어든다고 했다. 마침 대학 기말고사도 겹쳐서, 동아리는 앞으로 2주간 휴강이 예정되어 있었다. 다음 기수에는 누가 나올지 모르니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 연락처를 받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 중 남자 동기들 연락처를 받고, 이제 슈가의 연락처를 받을 일만이 남았지만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 했다.

 

월요일 수업이 끝나고, 소셜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제 미룰 수 없었다. 슈가는 지예라는 여자 동기 한 명과 남자 선배 한 명 셋이서 얘기하고 있었다. 타이밍이 적당해 보였다. 다가가서 말했다.

 

"ㅇㅇ도 중간에 그만두고, ㅇㅇ도 그만뒀는데, 우리도 3개월쯤 됐잖아. 다들 언제까지 동아리를 계속할지도 모르니까 연락처를 미리 교환해두자."

 

음악 소리 때문에 들렸는지 슈가가 “어? 뭐라고? 하고 되물었다. 다시 같은 내용을 말하자, 같이 있던 남자 선배는 살짝 당황하고, 지예가 흔쾌히 연락처를 주는 동안 슈가는 '나중에 카톡으로 하면 되잖아' 조용히 읊조리고는 그 자리를 떳다.

 

다시 슈가를 찾자, 옆에서 뭔가 복잡한 표정으로 있었다. 갑자기 다른 사람들 있는데서 번호 따는 것처럼 연락처를 얻으려 한 것을 탓하는 걸까? 슈가에게 다가가 사과를 했다.

 

"미안, 그만두는 사람들도 생기고 다음 달에 안 나올지도 모르니 지금 아니면 연락처를 교환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어."

"나중에 카톡으로 하면 되잖아."

슈가는 조용히 같은 말을 다시 했다.

하지만… 말문이 막혔다.

그 후 슈가는 문 밖으로 나갔고, 나도 잠시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슈가에게 카톡을 보냈다. 내용을 고심했지만, 결국 같은 말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어서 앞으로 언제 볼지 모르니, 친해지고 싶어 연락처를 받고 싶았다. 괜찮으면 내일 먹자"라는 내용이었다.

 

슈가는 “내일은 그렇고, 3 후에 보자”라고 답했다. 나는 이것을 완벽한 거절이라 생각하고, “알았어”라는 말과 함께 “ㅠㅠ” 이모티콘을 보냈다.

 

얼마 인스타 스토리에 셋이 카페에서 공부 중인 사진이 올라온 보니, 아마 선배와도 약속을 잡았던 아니었을까 싶다. 이성적 뭔가가 있었다긴 보다 셋이 집이 근처라서 같이 시험공부 하자고 했을 거 같았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지만.

 

댄클 휴강 기간이 끝난 2주 후에 슈가는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그 날을 마지막으로 동아리를 그만두었다. 남은 동기들은 “슈가 갑자기 그만둔 거지?, “사람 일은 정말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지만, 나는 이유를 같았다. 휴강 기간 중에 말고도 슈가에게 연락한 사람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애초에 다른 곳에서 이미 되가던 상대가 있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썸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잘 안 됐어도 납득이 되는 게 나도 슈가도 호감을 표현하는 듯 하면서도 서로 사리는 게 느껴졌다. 나도 이전 첫(짝)사랑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온전히 호감을 표현하지 못 했고, 슈가도 어딘가 사리는 듯한 느낌이 었다. 나름 감춘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느낌을 잘 파악하는 편이었다.

 

나중에 한 번 동아리 소셜에 놀러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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