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 전문연구요원(이공계 대학원 병역) 보충역 훈련으로 3주간 훈련소에 다녀왔다. 우리 생활관(내무반) 인원은 13, 대부분 20 초반이었고 나보다 나이 많은 형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학교의 군대식 문화를 싫어했기에, 쓸데없이 트집 잡히는 없이 훈련소 3주를 원만히 마치고 싶었다.

 

생활관에서 번호가 제일 앞순번이기도 초반에 내가 먼저 나섰다. 좋게 보면 솔선수범, 나쁘게 보면 '남한테 이래라저래라'. 신발을 매뉴얼대로 정렬하라거나, 중앙 방송이 나오면 TV 무음으로 하자는 등의 사소한 것들이지만, 초반에는 이런 것들이 크게 문제가 된다. 리모컨이 처음 배부되었을 때도 내가 먼저 잡아 채널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중앙 방송이 나오면 즉시 TV 무음으로 했다. 공지된 내용에 대해 미비한 부분이 없는지 매번 확인하고, 지키지 않으면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귀찮아 해서 하지 않으면 그냥 내가 했다.

 

나흘쯤 지나자 관리의 강도가 다소 누그러진 듯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초반에 형성된 분위기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성실한 사람들이 모여서였는지, 생활관에서 해야 일들을 항상 누군가가 도맡아 처리해 문제 없이 지낼 있었다.

 

한편, 초반이 지나니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고 싶어 하는 성향이 드러난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나를 보고 동기가 " 형은 초반에는 그러더니…"라며 지나가는 말을 던졌다. 나중에야 말이 '내가 생각보다 별거 없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뉘앙스였다는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동을 위해 여러 소대 인원들이 모였을 , 방탄모의 번호표가 떨어져 뒤에 있던 생활관 동기가 붙여주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던 같은 생활관 형도 번호표를 붙이는 시늉을 하며 방탄모를 머리를 장난처럼 치는 것이었다. 장난으로 넘기기엔 은근히 힘이 실려 기분 나빴다. 놀랐다. 형과는 별다른 마찰이 없었고, 오히려 초반 이후로는 다른 사람들을 챙겼었기 때문이다.

 

형은 초반에 내가 뭐라도 것처럼 행동했던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렇게 해소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깨달았다. 옆에 있던 생활관 동기가 형과 대화시키려는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나는 '됐습니다.'하고 짧게 말을 잘르고 넘어갔다.

 

그러나 그 직후 10분도 채 되지 않아, 조교 한 명이 어깨를 '비켜!'하며 치고 지나갔으며 21살 생활관 동기는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그 애를 노려보자 잠시 후 시선을 피했지만, 같은 훈련이 끝나고 복도를 지나가다 다른 생활관 인원 명과 연달아 부딪혔다. 아무 없다가 오늘따라 이런 일이 연속되는 , 내가 머리를 맞고도 그냥 넘어가는 보고 ' 녀석 나보다 만만했던 아니야'라고 생각한 분명하다.

 

21 동기는 후에도 앞에서 일부러 진흙을 튀길 걷는 은근한 시비를 이어갔다. 대응은 노려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계속되면 행동으로 나설 생각이었다. 다른 동기 명도 가끔씩 사소한 것으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그런 것까지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초반에 나도 그렇게 요구했으니 뭐라 없어 그냥 했다. 하지만 나중에 청소 시간에 일부러 물을 쪽으로 뿌리는 보고 노려보자 그제야 눈치를 살폈다.

 

둘은 내가 초반에 뭐라도 것처럼 행동한 아니꼬왔던 것이다. 하지만 나도 단체 행동으로 내게 피해가 같은 훈련소가 아니었다면 결코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초반에 그렇게 하는 정답이었지 않는가. 그렇지 않으면 분명 혼났고, 거기다 요구해도 하면 내가 그냥 했다.

 

알고 있다. 이런 행동을 하는 뿐이고 다른 동기들은 내게 관심 없거나 호의적인 편이다. 사소한 시비이기에 다른 사람들도 뭐라 하지 않는 것이다.  외에는 사람들과 부딪힌 일도 없었으며, 나를 비웃은 21 생활관 동기는 후에 아닌 일로 칭찬을 분위기가 누그러진 했다. 형을 포함한 다른 동기들과도 별일 없이 지내다 마지막 날엔 단체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그런데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시간이 지나면 이런 시비가 걸리는 쪽이었으며, 이럴 바에는 완전히 타인처럼 서로 눈치만 보며 지내던 초반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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