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역으로 3주간 훈련소에 갔다 왔다. 훈련소에 있는 동안 군대와 병사에 관해 생각했다. 지낼수록 훈련소에서 받는 기초군사훈련은 전시 상황 때의 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단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유투브에서 본 감옥 생활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훈련소에서는 제식 훈련을 가장 먼저 받았다. 제식은 열중쉬어, 차렷, 세워총 등 어떤 때에도 정해진 동작만을 취하는 것이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묻는다면, 여러 사람이 긴장하지 않고 있으면 산만해지고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걸을 때 오와 열을 맞추고 발을 맞추어 걷는 것은 인원 파악을 하고 앞사람의 발을 밟아 넘어지지 않기 위한 것이다.

 

훈련소에서는 시간을 엄격하게 지켜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이니 인원이 많아 제한된 시설을 돌려 써야 해서 하루에 샤워는 한 번만 할 수 있었다. 도망치면 안 되기에 매 시간마다 인원 파악을 했다. 또 생활관(숙소) 내에서도 대기 상태 중에는, 명령을 기다리는 도중이므로 가만히 있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하면 안 됐다.

 

훈련소 생활 중에는 밖에 돌아다닐 수도 없기 때문에 하루 종일 생활관 자기 침대에만 있어야 했다. 책을 가져갔으나 의자 없이 침대에 앉아 있어야 해서 불편했고 텔레비전 소리, 동기들 떠드는 소리 등의 소음으로 집중하기 어려웠다.

 

무슨 명령이 떨어질지 모르기에 방송에는 항상 귀 기울이고 있어야 했고 못 들으면 혼났다. 그렇다 해도 급한 화장실이나 상급자의 호출로 전달 사항을 못 받은 사람이 한두 명 생길 수밖에 없어 같은 숙소(생활관) 사람들이 집단 책임을 가지고 이런 사람들을 챙겨줘야 했다.

 

하지만 의외도 급식과 간식은 잘 나왔다. 한때 군대 급식 부실 논란 때문인지 고기(제육, 고기 미역국, 돈가스 등)가 잘 나왔으며 프링글스, 쿠크다스 한 박스 등 과자와 음료수도 평일에 하나씩 지급되었다. 생활관 사람들은 긴장 상태로 지내고, 다른 즐길 거리가 없어 먹을 것에 길들여진 가축 생활을 한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짜증 나는 부분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가 났던 것은 화내는 것이 목적이라는 듯이 매 순간 소리치는 분대장이었다. 그 분대장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 나아 보이는 사람 모두에게 소리를 지르고 명령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자기 우월감을 만족하는 듯 보였다. 어느 곳이나 이런 사람 한두 명 있기 마련이지만 상관 명령은 절대적인 군대 안이라는 상황 때문에 크게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화가 났다. 또한 반말로 명령하는 환경이다 보니 PX 아주머니나 방문한 사진사도 병사들에게 명령조로 말하거나 자기 불평을 병사한테 토로했다. 반면에 이런 환경인데도 여전히 잘못한 것 외에는 크게 소리치지 않는 분대장들도 있는 것을 보면 인간 본성이라는 건 확실히 있고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군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훈련이었다. 20km를 걷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다. 운동을 좋아해서 쉬울 줄 알았으나 근육량과 관계없이 사람의 내구도는 비슷했다. 무거운 배낭과 총기를 한쪽 어깨에 메고 걸어 어깨를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들었다. 자세만 나빠지고 정신력과 체력만 빼는 이걸 왜 하는지 의문이었는데 전투 중 산악지역 등을 이동해야 할 경우 결국 도보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군대 훈련이라는 게 전쟁 발발 시 겪을 고생을 한번이라도 미리 겪어 익숙해지라는 거라고 깨달았다.

 

전쟁이 나면 목숨을 걸고 가장 직접 나가서 싸우는 병사이니 어떤 부사관보다도 애국심과 소명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귀중한 전력이니 한 명도 도망치면 안 되고, 계속 긴장 상태로 있어야 되고, 다수 인원이 소수의 시설을 돌려 써야 하므로 자유도 제한되고, 항상 명령을 기다리는 긴장 상태에 있는 이러한 괴리가 병사는 소모품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한다. 하지만 그런 소명 의식이 있었다면 애초에 부사관에 지원해야 했고, 결국 누군가는 이런 병사를 맡아야 한다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보충역이었기에 3주 훈련이 끝나고 사회로 돌아가게 되었다. 반면 현역들은 훈련이 2  더 진행되고 끝난 후 자대로 배치된다. 자대에 배치되면 이러한 생활이 나아진다고 들었지만, 결국 가장 힘든 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1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군대는 좆 같지만, 지게 되면 인권이 유린되는 전쟁은 더 좆 같은 거고, 그렇기에 전쟁을 대비하는 이러한 불편함을 대신 감수하는 게 군인이라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선 현역은 말 그대로 1년 반 동안 군인이란 직업을 하는 것이었다.

 

진심으로 대한민국에서 복무하는 모든 군인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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